21대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야당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을 내놓지 않으면 18개 상임위원회를 모두 포기하겠다고 했다. 국회파행의 원인이 된 법사위원장은 13대(1988년)에서 16대 국회까지는 원내 제1당이 맡았고, 17대 국회(2004년)부터는 야당이 차지했다. 1948년 제정된 국회법은 본회의에서 제3독회를 마친 법안에 대하여 수정결의가 있을 때는 법사위에 그 조항과 자구정리를 부탁하도록 했다. 이때 법사위는 보조적 역할에 그쳤다. 초대 국회의장 이승만은 본회의에서 최초로 헌법을 만들기 위한 제3독회 사회를 보았다. 그때 “국방군은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라는 규정 중 ‘국방군’을 ‘국군’으로 고치자는 의견이 나왔다. 즉시 거수로 표결하여 재석의원 161명 중 가 125, 부 12로 가결하였다. 이처럼 본회의에서 각 조문별로 심의·의결하는 형식을 취했다. 1951년부터 상임위에서 심사한 법률안은 법사위 심사를 경유해야 하고, 법사위는 법률안의 체계와 형식에 대한 심사를 맡게 되었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상임위 중심으로 바뀌면서 법사위의 위상은 높아갔다.
현행 국회법 역시 모든 법률안은 상임위에서 심사를 마친 후에는 반드시 법사위에 회부하여 체계·형식과 자구에 대한 심사를 받도록 한다. 여기서 ‘체계심사’란 법률안이 위헌인지, 다른 법률과 저촉되는지 등을 심사하는 것이며, ‘자구심사’는 법규의 정확성, 외래어사용 기타 맞춤법 등 용어의 적합성 등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런 심사는 법안 통과에 대한 공감대가 있을 때 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을 때 법사위는 난장판이 된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검토를 마친 법안의 내용을 수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법사위가 월권을 한다. 다른 상임위는 껍데기냐?”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법사위원장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법사위 회의 자체를 열지 않을 수 있고, 회의 개최 후에도 법안을 상정하지 않기도 한다. 심지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서 본회의 회부를 위한 전자결재를 거부하기도 한다. 아예 법안심사 자체를 진행하지 않음으로 시간을 끌다가 의원임기 만료로 폐기시키기도 한다. 총선에서 참패했던 야당이 법사위원장에 목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대 여당 역시 법사위원장이 없으면 쟁점법안 처리에 큰 타격을 받는다.
법사위원장은 의안 심사 중에 철저한 심사를 위하여 소위원회로 넘길 수 있다. 소위원회는 상임위의 소관 법률안의 심사를 분담하기 위해서 둔다. 소위원회의 의결방식은 만장일치제다. 1명의 반대만 있으면 그 법안은 통과될 수 없다. 최근 임대차 3법에 반대하는 야당이 법안을 소위원회로 회부하라고 한 이유다. 국회법상 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그런데 소위원회는 위법한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법사위와 그 위원장은 한국 국회의 수준을 보여 주고 있다. 국회의원은 정쟁을 일삼으며 세비만 챙겨가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21대 국회는 프랑스처럼 법률안의 의결·심의 또는 대정부 질의에 절반 이상 참석하지 않은 경우에 3개월의 세비 중 절반을 삭감하고(상원규칙 23의 2), 위원회 회의에 불출석한 의원은 불출석 1회마다 세비 월정액의 25%를 삭감하는(하원 국민의회규칙 50) 제도라도 도입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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