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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연장은 고령빈곤의 해법이 아니다

입력
2020.11.03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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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령화사회 대비 정년 연장추진
소규모 사업장 고용효과 크지 않아
취약계층 배려한 세심한 보완책 필요


폐지를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이동하고 있는 노인. 최흥수기자

폐지를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이동하고 있는 노인. 최흥수기자


한국에는 가난한 노인들이 많다. 이러한 현실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에도 반영되고, 얼마 전 폐휴지를 손수레에 싣고 가다가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노인의 안타까운 사연에도 드러난다. 현재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가운데 인구고령화가 심화되면, 고령빈곤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정부의 주된 정책 방안의 하나는 고령 취업자가 현재의 직장에서 더 늦은 나이까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용연장 추진의 주된 목적은 인구 변화로 말미암은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심각한 고령빈곤 문제를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7월 15일 자 칼럼에서 이 방안이 장래 인구 변화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그다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고용 연장이 고령빈곤 완화에는 효과적일까? 필자는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고령자들의 대부분이 고용 연장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 연장은 직장에 공식ㆍ비공식적인 정년이 있어서 나이 때문에 일자리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정규직 일자리에 고용되어 있다. 대다수의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정년이 없거나 강제되지 않으며, 나이 든 직원들이 연령과 무관한 이유로 직장을 떠나고 있다. 최근 한국고령화패널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정년 때문에 직장을 떠난 55~64세 근로자는 해당 연령 퇴직자의 15%에 불과했다. 2016년 정년 연장의 고령자 고용 증가 효과가 소규모 사업체에서는 크지 않았다는 한국개발연구원 한요셉 박사의 연구결과도 이러한 고령노동시장 사정을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고령 취업자들은 어떤 일자리를 가지고 있을까? 대다수는 고용 연장의 영향이 없거나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자리에 고용되어 있다. 최근의 고령화패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5~69세 취업자의 49%는 자영업자 및 무급종사자로서 고용 연장과는 무관한 집단이다. 이 연령층 취업자의 21%를 차지하는 10인 미만 사업장에 고용된 임금근로자도 이 정책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 그나마 고용 연장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 100인 이상 사업장 임금근로자는 55~69세 취업자의 5%에 불과하다.

고용 연장으로 인해 자영업으로 밀려나는 고령자들이 감소하면 자영업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과연 그럴까? 고령화패널 분석결과에 따르면 50세 이상 자영업자의 대다수는 자유롭게 일하며 더 높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40대 이전에 자기 사업을 시작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달리 50세 이후 임금근로 일자리 취업이 어려워서 자영업으로 이전하는 사례는 드문 것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여건에서 고용 연장이 간접적으로 고령 자영업자들의 사업 여건을 크게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중견기업 및 대기업 출신 고령자들도 퇴직 이후 상당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고용 연장은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렇지만 그 혜택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건이 양호한 소수에게 국한되기 때문에 고령빈곤을 완화하는 효과는 약하고, 오히려 고령자 간 불평등을 확대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고용 연장을 추진하더라도 그 영향권 밖에 있는 더 취약한 계층을 위한 정책을 세심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일하기 어려운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를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고령자 고용(재취업 포함)을 지원하는 방안이 고령빈곤 완화에는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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