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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법관 공격

입력
2020.12.28 18:00
수정
2020.12.28 18: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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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경력 대등 재판부’는 법조 경력 16년 이상인 판사 3인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재판장은 법대 중앙에 앉지만 이 재판부의 재판장은 중앙은 물론, 좌우에도 앉아 재판을 진행한다. 판사 3인이 재판장과 주심을 번갈아 맡기 때문이다. 재판부 명칭도 ‘서울고법 민사 12-1,2,3부’식으로 표기된다. 한 재판부 아래 또다른 3개 재판부가 있는 셈이다. 일반 재판부 좌우 배석 판사는 대체로 침묵하지만 이 재판부에선 재판장도 주심도 모두 적극적으로 심문에 임한다.

□경력 대등 재판부 운영의 핵심은 협의와 합의다. 일반 재판부에선 재판장이나 주심이 아니면 재판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재판부 판사들은 지위, 기수, 경력에서 큰 차이 없이 동등한 관계다 보니 사건 내용과 사실관계, 쟁점, 법리 등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일이 잦다. 판결문 작성법도 달라져 판사 3인의 충분한 논의와 검토 후 합의를 거친 뒤 작성한다. 합의부에서 ‘3자 합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경력 대등 재판부는 ‘평생법관제’ ‘법관 인사 이원화’의 결과지만 2018년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로 만들어진 사법개혁의 산물이기도 하다. 관료적이고 수직적인 재판부 의사결정 구조를 법관의 독립성이 좀 더 보장되는 수평적 합의제로 바꿔 재판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는 취지다. 이듬해 고법과 지법 항소부 등 2심 재판부부터 먼저 운영되기 시작했고, 올해 2월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가 1심 재판부로는 처음 경력 대등 재판부로 구성됐다.

□정 교수가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친문 의원들의 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사법 개혁은 물론, 법관 탄핵까지 거론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총장직 복귀 결정까지 겹쳐 사법부에 대한 반발 강도는 더 높아졌다. 하지만 경력 20년 전후 판사 3인이 참여한 재판부의 탄생 과정이나 운영 특징을 알고는 있는지, 그들이 합의에 도달해 작성한 A4 용지 575쪽 분량의 판결문을 한 페이지라도 읽어보긴 했는지 의문이다. ‘개혁’은 아무렇게나 갖다 붙일 수 있는 가벼운 말이 아니다.

황상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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