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고 첫 한 주를 살았는데 해가 바뀐 게 실감나지 않는다. 연도와 학년도가 다르니 학교에서는 3월이 되어야 해가 바뀐 걸 제대로 실감하는데 올해는 새해 느낌이 더 들지 않는다. 여느 해 같으면 겨울방학을 시작했을 때인데 코로나19로 등교가 늦어지면서 수업일수를 맞추느라 겨울방학은 아직이다.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면서 학교생활기록부를 겨우 마감하고 나니 신입생 예비소집, 학생회장선거, 졸업식이 눈앞에 있었다. 이 또한 해오던 것처럼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모든 걸 새롭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했다. 그렇게 동동거리다 보면 하루 만 보는 거뜬히 걸었으니 해가 바뀐 걸 실감할 겨를도 없었다.
그래도 한 해를 겪어보았으니 새해에는 준비태세라도 갖추고 코로나19와 맞닥뜨리고 싶었다. 3월에 했어야 할 학생회장 선거를 6월이 되어서야 했으니 학생회도 제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학생회장 선거만이라도 학년도가 바뀌기 전에 해서 학생회 임원들이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새 학년도를 기다리게 하고 싶었다. 선거규정까지 바꾸며 급하게 추진했지만 선거운동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선거의 백미인 후보자 토론회마저 미리 촬영한 영상으로 대체해야 할 상황이었다. 일단 부딪혀보자는 심정으로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을 시도했다. 놀라운 것은 평소 온라인 수업에 그렇게 안 들어오던 아이들인데 선거방송에는 유권자 수보다 훨씬 많은 실시간 접속 통계를 보였다.
선거방송을 진행하던 나는 이 자리를 격려하기 위해 참석한 학생회장에게 물었다. 학생회 임원으로 보낸 한 해를 돌아보며 보람과 아쉬움이 무엇인지, 선거에 출마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중학생이 되면 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학생회장에게 한 질문인데 채팅창이 후끈해졌다. 수학여행을 못 간 것을 시작으로 온갖 아쉬움들이 음악분수처럼 화면을 한참 달궜다. 아이들이 느낀 2020년은 한마디로 아쉬움이었다. 되짚어보면 학교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그러면서 다시 깨닫게 되었다. 새해에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 가장 중요한 일은 이 아이들이 느끼는 아쉬움을 덜어주고 학교에 대한 그리움을 찾아주는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격정적인 선거를 치르자마자 바로 졸업이다. 오늘은 졸업식이 있는 날이다. 여느 해 같으면 학부모를 초대하여 근사하게 치렀겠지만 올해는 다르다. 학부모를 포함한 모든 외부인의 출입은 통제하고 교실에서 조촐하게 졸업식을 갖는다.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아쉬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졸업이 갖는 의미가 있는데 왜 아니겠는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년 만에 찾아왔다는 북극한파는 몸마저 움츠리게 한다. 아이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움츠린 어깨라도 펴게 하자며 선생님들이 뜻을 모아 영상편지를 준비했다. 멋진 포즈로 사진이라도 담을 수 있도록 포토존을 마련했다.
이렇게 마지막 수업인 졸업식을 마치고 나면 나도 학교를 옮겨야 한다. 벌써 5년 만기가 되었다. 전보신청서 제출 마감일이 다가오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생각도 못하고 살았다. 가산점과는 담을 쌓고 살았으니 골라서 갈 형편도 아니다. 그래도 떠밀리는 건 싫으니 마음을 고쳐먹는다. 아이들이 있는 학교면 어디든 가자. 날마다 학교에 오는 아이들과 더불어 세상을 배움터 삼아 살아가며 제대로 느껴보자. 학교의 일상이 얼마나 위대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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