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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피로감

입력
2021.01.1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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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밝힌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후보군이 가시화하기 전부터 야권은 단일화 논의가 한창이다. 연합뉴스·오대근 기자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밝힌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후보군이 가시화하기 전부터 야권은 단일화 논의가 한창이다. 연합뉴스·오대근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은 첫걸음부터 꼬였다. 그는 열흘 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으면 출마하겠다”고 했다가 안 대표와 회동이 무산되자 17일 출마를 선언했다. 공직에 복무하겠다는 결심에 왜 다른 후보가 조건이 돼야 했는지 어리둥절하다. 상대 지지율은 높고 대통령과 서울시장을 저울질하느라 그랬을 텐데, ‘내가 불리하면 안 나간다’는 속내를 다 드러내고서 유권자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후보 단일화 여부가 선거의 제1변수라는 사실은 1987년 대통령선거의 트라우마와 함께 우리 정치사에 각인됐다. 6·10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얻어내고도 김대중·김영삼 후보가 물러섬 없이 경쟁한 결과 군사정권을 종식시키는 데에 실패했고 그 후유증은 컸다. 반면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라는 대역전 드라마가 완성되기까지 여러 클라이맥스 중 하나는 여론조사를 통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였다.

□학습효과가 지나쳤는지 지금 야권은 본말이 전도된 단일화 정국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18일 막 경선후보 접수를 시작했는데 전체 후보군이 가시화하기도 전에 합당이냐, 입당이냐, 3자 구도냐가 온통 관심사다. 무산되긴 했지만 후보 자신이 출마 의사를 밝히자마자 거래하듯 단일화 회동을 추진했으니 무슨 결심, 어떤 정책을 갖고 선거에 임하는지 조명될 리 만무하다. 이미 보궐선거에 채색된 정치공학의 이미지가 짙다. 본격적인 단일화 논의는 이제 시작일 뿐인데 말이다.

□2017년 대선은 탄핵으로 인해 결과가 쉽게 예상되는 선거였다. 그런 가운데에서 군소후보였던 유승민·심상정 후보의 완주는 눈길을 끌었다. 어떤 비전으로 국가를 이끌겠다는 가치의 대결로서 422만명(13%)의 유권자를 설득한 점에서 그랬다. 단일화는 없었고 승부와 무관했지만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논점은 의미 있게 남았다. 미래를 꿈꾸게 하는 비전은 없이 정권 교체만을 위한 단일화 논의에 벌써 피로감이 극심하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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