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정의용 신임 외교부 장관 임명식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성공시키기 위한 마지막 노력을 할 기회"라면서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주어진 시간 내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 서두르진 말라"고 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성공을 위해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며 바이든 미국 새 정부와 긴밀한 소통과 협력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서두르지 말라고 한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시간이 많지 않지만 "서두를 수 없는 노릇"이라고 비슷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국제 제재와 무관하게 남북이 협력할 일이 있다고 강조해 왔고 최근 한미 정상 통화에서도 "조속히" 양국이 함께 대북 전략을 마련하자고 언급한 데 비추면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 한미 공조 위에서 남북, 북미 대화를 풀어 가려는 속도조절론으로 보는 이유다.
이런 변화는 미국 새 정부에서 나오는 한미 간 정책 갈등 우려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정상끼리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한 한편에서 "북의 도발보다 한국 일본 같은 파트너 국가들과 긴밀히 조율되지 않을 가능성을 더 우려한다"(국무부 대변인)는 메시지도 내놓고 있다. 한미 간에는 벌써 트럼프 정부 당시 북미 합의 계승이나 대북 인권 문제 등을 두고 온도 차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해결 기미를 찾지 못하는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감안한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대북 정책에서 한미 간 견해차가 있어서는 새로 시작할 비핵화 협상이 순탄하리라 보기 어렵다. 미국과 남측 하기에 달렸다고 선언한 북한이 그 사이 조바심 나서 무력시위라도 벌인다면 한반도 정세는 험악했던 2017년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대북 문제 전반을 재검토 중인 바이든 정부가 촘촘한 정책 구상을 만드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과정에 유연하고도 적극적인 자세로 개입해 미국과 현실성 있는 대북 정책을 조율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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