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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뚫린 전방, 군 기강 붕괴 수준

입력
2021.02.1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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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2사단 해안 귀순(추정) 관련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2사단 해안 귀순(추정) 관련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합동참모본부가 16일 오전 7시20분 강원 고성군 민간인 통제선 부근에서 북한 남성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남성은 잠수복을 입고 헤엄을 쳐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온 뒤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은 앞서 오전 4시20분 국도를 따라 이동 중인 남성을 폐쇄회로TV에서 확인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해상은 물론 해안선과 내륙의 군 경계까지 모두 뚫렸다는 점에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몇 차례 감시 장비에 포착됐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과 CCTV 포착 후 신병 확보에 3시간이나 걸린 점도 납득이 안 된다. 더구나 16일은 소위 ‘광명성절’로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이 우려됐던 때다. 만약 북한군이 작심하고 무장을 한 채 내려 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군의 경계 실패는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 11월 같은 지역에선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은 뒤 14시간 동안 활보하다 잡힌 적이 있다. 작년 7월에는 강화도에서 20대 탈북민이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로 월북한 사건이 발생했고, 2019년 6월 강원 삼척항으로 북한 목선이 들어올 때도 우리 군은 알아채지 못했다. 이번에 사건이 터진 지역은 2012년 10월 북한 병사가 우리 소초 문을 두드린 '노크 귀순'으로 홍역을 겪은 곳이다.

군은 매번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수천억원이 드는 최첨단 과학화 경계시스템과 감시 장비가 필요하다는 요청에 국민들도 흔쾌히 응했다. 그러나 똑같은 일이 터지며 약속은 무색해졌다. 예산은 다 어디로 갔고 장비는 왜 무용지물이 됐는지 궁금하다. 군은 개인 실책으로 봉합하기 보다 근본적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군 전반의 기강 해이가 만연한 것은 아닌지 일대 점검도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노력도 빈틈없는 군대가 전제돼야 빛을 발할 수 있다. 경계도 못 하는 군을 가진 상대와 진지한 협상을 할 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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