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넷플릭스(Netflix)나 왓챠(Watcha)와 같은 유료 동영상 서비스가 제공하는 콘텐츠 홍수 속에 여가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요즘이다. 온종일 봐도 다 못 보는 TV 시리즈 전편이나, 있을 법한데 없는 흥행했었던 영화를 찾다가 질렸다면! 오늘, 색상(color)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를 경험해보면 어떨까? (영화의 영문명을 검색해 스틸컷(still cut)이나 캡처(capture)된 영화의 미장센(장면 안에 모든 시각적 요소·mise en scene)을 글과 함께 보길 추천한다.) 콘셉트와 설정부터 서사와 등장인물의 관계까지 색으로 풀어내는 센 영화부터 힐링물까지 보다 보면 감성적 환기가 되어 다시 유료 동영상 서비스를 검색할 호기심이 충족될지도 모른다.
첫 번째는 이토록 폭력적인 동시에 색채 표현이 섬세한 영화가 있을까 싶은, 니콜라스 윈딩 레픈(Nicolas Winding Refn) 감독의 '온리 갓 포기브스(Only God Forgives, 2013)'이다. 이 영화는 빨주노초파남보의 7가지 색이 한 장면 안에서 모두 나타나거나 한색의 농담(濃淡)으로만 장면이 연출된다. 스토리도 그렇지만 색의 연출도 충격적이라 빼낼 수 없는 파편처럼 기억 깊이 자리할 영화다.
두 번째는 모든 색을 계획한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의 '현기증(Vertigo, 1959)'이다. 극 중 인물 관계에 따라 보색으로 대비되는 노랑과 보라의 패션 스타일로 복선을 주며, 등장인물의 심리나 역할에 따라 패션 색채가 연출된다. 이 영화의 후유증이 있다면, 다른 영화를 볼 때 극 중 인물의 옷색에 복선이 깔려 있기를 기대하게 된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진부하지 않게 전위적인 색깔 필터를 넣은 듯 인물에 따라 시신경을 강타하는 색을 쓴, 장이머우(Zhang Yimou) 감독의 '영웅: 천하의 시작(Hero, 2003)'이다. 검은 긴 생머리와 붉은 옷자락을 나부끼는 두 여인이 샛노란 은행잎을 흩날리며 검을 겨루는 장면은 눈이 아릴 정도로 진한 잔상을 남긴다. 영화가 마음에 든다면 에바 그린(Eva Green)의 치명미(美)를 파랑으로 극대화한 장 감독의 '디오르(Dior)의 미드나잇 포이즌(Midnight Poison) 향수' 광고도 보길!
네 번째는 CG(Computer Graphic) 효과 없이 만들어 낸 색채와 미장센 연출의 걸작이라 불리는 타셈 싱(Tarsem Singh) 감독의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The Fall, 2006)'이다. 나라와 시대가 다른 전통의상을 입은 등장인물들이 절경을 배경으로 회화 작품처럼 연출된 장면을 보다 보면, ‘CG가 아니라니….’라며 계속 반문하게 된다.
마지막은 2D 그림의 현실화를 통한 이승과 저승의 연결을 보여주는 빈센트 워드(Vincent Ward) 감독의 '천국보다 아름다운(What Dreams May Come, 1998)'이다. 천국에 가게 되면 자신이 꿈꾸는 공간에서 살게 된다는 설정이 유화로 표현되다가 그 유화벽에 구멍을 내자 그 공간이 현실화되는 장면은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을 법한 장관이다.
요즘 다소 눅진해진 감성을 문화적으로 환기하고 싶다면 ‘색(色)’다른 관점으로 동영상을 골라보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길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