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두 자릿수 패배로 내년 대선 경고등?
?조급증, 일방주의 개혁실패 부르는 교훈?
?쇄신보다 개혁 앞세워 정권심판 반복 우려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예방주사인 줄 알았더니 모의고사였다. 7일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득표율 두 자릿수 차로 진 것은 민심이 돌아선 수준이다. 차이가 작았다면 예방주사 맞는 정도였겠지만, 서울 18%포인트, 부산 28%포인트는 여론의 둑이 무너진 것과 같다. 대선을 낙관하기 위한 이번 패배의 마지노선은 5%포인트 차이였다고 하니, 내년 3월 대선 판 짜기도 쉽지 않게 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진보, 보수가 10년씩 집권해오던 정치적 선택은 5년으로 짧아질 수도 있는 신호다.
진보의 ‘5년+알파’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번 모의고사 성적에 여당은 많은 것이 오버랩되는 시간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진보 정권에 주어진 개혁의 시간들은 길지 않았다. 노론은 장기 집권한 반면 개혁세력들은 수명이 짧았고, 극단적이긴 하지만 일본의 민주당은 3년 만에 몰락했다. 하나같이 개혁의 실패가 보여주는 교훈은 조급함과 과격함, 일방적 밀어붙이기였고 그에 따른 무능도 한몫을 했다.
2009년 집권한 일본 민주당은 3년 천하로 끝이 났다. 헌정 사상 처음 과반수를 차지한 민주당은 아동수당 신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교 무상교육, 75세 이상 무상의료 등 인기를 얻을 정책을 골라 실행했다. 복지 확대로 재원이 마르자 이번엔 부가세를 인상했고, 동일본 대지진 때는 국가 기능이 더 크게 흔들리는 무능을 드러냈다. 70%가 넘던 지지율이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민주당 의석은 308석에서 57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조급증에 걸린 듯한 개혁 끝에 권력은 결국 3년 만에 아베 신조의 자민당에 되돌아갔다.
한국 정치가 미국 정치를 배워야 한다는 말이 쏙 들어간 시기는 공교롭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다. 공화당에 금융위기의 책임을 물어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을 때만 해도 유권자들은 통합과 포용을 바랐지만 오바마는 그러지 않았다. 단 한 표의 야당 지지도 못 얻은 법안들이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추진되면서 정치는 사라졌다. 경제는 회복세라고 했지만 성장은 느렸고, 빈부격차는 더 커졌다. 유권자들이 오바마 후임자 대신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한 것은 많은 기회를 놓쳐버린 오바마의 과(過)에 대한 응징이었다. 결국 트럼프는 오바마의 업적들을 자고 일어나면 바꾸고 뒤집는 일을 벌였다.
여당의 눈에 야당은 여전히 국정농단 세력이자 부정부패 세력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10년 전 이명박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지지를 비판했다. 그러나 선거에서 이런 분류는 먹히지 않았다. 지금 감옥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에서 경제 살리기로 대승했을 때와 유사한 상황이다. 멀쩡한 경제를 왜 죽었다고 하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볼멘소리를 했지만, 스스로 진보적·개혁적이란 유권자들마저 노 정권을 심판했다. 당시에도 20대의 키워드는 보수가 아니라 변화였다. 이번 선거에서 오 후보와 박 후보를 MB키즈로 몰아갔던 여당으로선 14년 전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건 아닐지 두려워해야 한다.
국정 운영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되었지만 여권의 많은 이들은 다시 속전속결식 개혁을 외친다. 머뭇거리지 말고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에 나서면 중도세력도 다시 돌아온다고도 한다. 어느 시대나 이상적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개혁들이 추진되고, 보수와 개혁 세력 사이에는 진통이 따른다. 그러나 급하고 과격한 일방주의는 보수, 진보의 구분을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고, 상대 진영을 결집시켜 결국 개혁을 미완의 역사에 가두게 된다. 쇄신의 목소리보다 개혁의 북소리가 커지는 지금 개혁정치의 실패가 보여주는 교훈은 반면교사까지는 아니라도 시사점은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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