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데?”
“그게 누군데?”
20대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질문이 튀어나온다. 문쌤? 그게 누군데? 이호창 본부장은 또 누군데? 디코 하라고? 디코가 뭔데?
일타강사 문쌤은 코미디 크루 빠더너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코미디언 문상훈이 연기하는 캐릭터다. 한국지리 선생님 콘셉트로, 인터넷 강의 중에 벌어질 만한 에피소드를 연기한다. 김갑생할머니김 이호창 본부장은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개그맨 이호창이 연기하는 캐릭터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신년사를 패러디한 콘텐츠로 이슈가 되었다. 당연히 문쌤이 있는 한국지리 강의도, 김갑생할머니김이라는 회사도 없다. 그들이 만든 가상의 세계와 캐릭터를 이해해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유튜브를 보지 않는, 보더라도 알고리즘에 의해 젊은층이 소비하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콘텐츠를 즐기는 세대는 알기 어려운 이야기다.
Z세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나 싶을 만큼 모르는 게 많다. 유행이라는 틱톡이나 숏폼, 릴스도 해본 적 없고, 휴대폰에 디코(음성통화 애플리케이션 디스코드)도 깔려 있지 않다. 내가 10대일 때도 이 정도로 30·40대와 소통이 되지 않았던가 생각해보면, 어쩐지 ‘요즘 애들’과의 간극은 더 큰 것 같다. 그러나 착각하지 말자. 수메르 점토판에도, 피라미드 내벽에도 쓰여 있다고 하지 않나.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하는 말들이. ‘요즘 것들’ 뒤에는 으레 이런 말도 따라 온다. 지들만 아는 요즘 것들. 지금만 즐기는 요즘 것들.
MZ세대가 뭘 좋아하고, 어떤 걸 좋아하지 않는지 겉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중구난방인 것 같은 그들의 취향에도 나름의 기준이 있다.
하나는, ‘지들만 아는 것들’이라는 평가와는 다르게 그들이 힙하다고 생각하는 건 지속가능성과 다양성, 선한 영향력이란 점이다. 제로웨이스트숍이 뜨고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옷이나 가방이 인기다. 이들의 니즈에 맞춰 유한킴벌리와 풀무원 등이 친환경 굿즈를 만들고 삼양과 풀무원 등에서는 비건 라면과 요거트를 내놓는다. 환경의 달을 맞아 맥도날드는 텀블러 이벤트를 했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는 탄소중립 아이템 5종을 내놓았다. 혐오발언이나 얼평(외모평가) 등은 ‘잘못된’ 것이기도 하지만 이들 세대에게는 ‘촌스러운 것’이기도 하다. 가치관도 힙해야 하는 시대다. Z세대가 정말 ‘지들만 아는 것들’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다른 하나는, 부모 세대의 걱정과는 다르게 이들이 욜로 생활을 목표로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MZ세대에게 유행하는 ‘갓생’이라는 말은 연예인이나 애니 등을 덕질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와 목표 지향적으로 살자는 뜻이다. 무언가를 강조할 때 쓰는 ‘갓’이라는 말과 ‘인생’이 합쳐진 말이다. 그뿐인가.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MZ세대는 돈 관리와 투자에도 능하다. 10대 금융앱 총 사용 시간 중 1위는 업비트다. 생일 선물로 현금을 주는 게 유행이고,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는 테슬라나 스타벅스 등의 주식 보내기 기능이 있다.
‘요즘 것들’에 대한 걱정은 어쩌면 그들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제페토에 접속할 수는 없으니, 그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까지만이라도 나아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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