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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글쓰기의 타락

입력
2021.06.14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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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학자 서민.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생충 학자 서민.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생충 학자인 서민은 정치 풍자 글쓰기로 꽤 많은 독자층을 확보한 작가다. 박근혜 정부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타깃을 바꿔가며 권력과 각을 세웠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의 글에서 풍자는 사라지고, 극단적 경멸과 가학적 공격성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더 큰 명성을 얻기 위해 자극과 선정성의 악순환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서민은 자신이 공격하는 인물을 자주 전인격적으로 부정하고 혐오한다. 누군가의 실수와 잘못을 겨누는 게 아니라, 그 인간에 대해 재고의 여지를 아예 없애버린다. 우리는 정치적 이념과 진영이 다르더라도, 언제든 보편적 인간으로 만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서민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그런 만남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글쓰기의 윤리적 타락이다.

서민은 자신의 SNS에서 "임종석도 우리 같은 인간이겠지, 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그는 악마다"라고 했으며 "윤미향은 인류가 낳은 가장 잔인한 악마"라고 섬뜩하게 비난했다. 조국 흑서팀 멤버였던 진중권과 권경애가 그를 '손절'한 것도 이때 즈음이다. 진중권은 "정적의 악마화, 이건 비판이 아니라 선동이다"라고 지적했고, 권경애는 "관종적 행태로 혐오의 정서를 전파하며 인기를 얻고자 하는 자들은 매우 해롭다. 그게 나꼼수든, 조국 흑서팀이든"이라고 일갈했다.

서민은 이후에도 혐오의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블로그에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띄워 "기생충보다 못한 놈"이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공론장은 인간과 세계에 대해 숙의하고, 좀 더 나은 생각을 모으는 곳이다. 혐오와 배제의 감정은 선동에 취약해 쉽게 폭발한다. 많은 광기의 역사가 그렇게 벌어졌다. 그 부정적 감정을 부추기는 그의 글들은 애초 공론장에 입장해서는 안 될 것이었다.

서민은 최근 축구 스타 박지성의 아내 김민지의 글까지 참견하고 시비하다 망신을 당했다. 영국 체류 중인 박지성이 유상철의 빈소에 조의를 표하지 않았다며, 일부 네티즌들이 아내 김민지의 유튜브로 몰려가 악플 행패를 부린 바 있다. 보다 못한 김민지가 자신의 유튜브에서 일침을 가했다. "슬픔을 증명하라고요? 조의를 기사로 내서 증명하라고요? 도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고 계신 겁니까?"

서민은 똑 부러진 김민지의 이 글을 기이하게 문제 삼았다. 요지는 박지성 명성에 흠이 가지 않게 남편을 잘 설득해 공개 조의를 표하게 했어야지, 왜 공연히 소란을 일으키냐는 것이었다. 김민지의 상식적 지적처럼,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애도가 어디 전시하고 증명할 일인가. 그의 도 넘은 참견은 개인 내면의 자유를 공공연히 드러내게 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더 큰 문제는 서민이 김민지를 박지성 삶의 배경이나 장식쯤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는 "셀럽이 사람들에게 더 사랑받게 돕는 게 셀럽 배우자의 도리"라며 시대착오적 여성관을 드러냈다. 김민지를 대등한 가족 구성원이 아니라, 박지성 명성을 관리해야 할 내조자로만 여긴 것이다. 그가 줄곧 반페미니즘을 자랑처럼 떠벌려온 사실에 비추어 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러니 그에게 김민지가 이 사회에서 성공한 엘리트이며 주체적 여성이라는 사실이 보일 리가 없다.

지금 같은 초연결 사회에서 명성은 벼락처럼 오고 사라진다. 서민이 목매는 대중의 관심이라는 건, 배우 윤여정식으로 말하면 식혜 위에 동동 뜬 밥풀 같은 것이다.



이주엽 작사가, JNH뮤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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