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자니아를 아시나요? 어린이들이 직업을 체험하고, 진로에 대한 꿈을 품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체험형 테마파크입니다. 멕시코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어 있지요. 한국에도 물론 있고요.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하나의 작은 세계가 펼쳐지는데요. 방송국, 은행, 소방서 등 우리 주변의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그것도 실제의 3분의 2 크기니까 꽤 크고, ‘진짜 기업’이 파트너사로 들어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 건물이라면 창구와 현금인출기 등도 해당 기업에서 직접 제공하지요. 이렇게 현실적으로 구현된 세상에서 아이들은 생산활동을 합니다. 자체 화폐인 '키조'를 버는 건데요. 소방관이 되어 불을 끄면, 급여를 받듯 키조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가지고 마트에 가서 장을 볼 수 있지요. 물론 마트 직원도 체험 중인 어린이입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계산원이 되었다가, 패션디자이너도 되며 생산활동 체험과 상호작용을 해나갑니다. 직접적인 경험과, 감정을 토대로 자신만의 ‘직업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지요.
키자니아는 또 다른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내부가 어두컴컴하다는 건데요. 본사, 멕시코의 사회적 특성에 따른 거랍니다. 멕시코의 아이들은 밤에 밖에 나가지 못합니다. 치안 문제 때문이지요. 따라서 멕시코 어린이들에게는 자유로이 밤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꿈의 장소랍니다. 이렇게 키자니아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사회상을 반영한 공간으로 유명한데요. 이웃 나라 일본 사례는, 우리도 참고해볼 만합니다. '어른 전용의 날'인데요. 키자니아는 기본적으로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체험을 콘셉트로 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지요. 그러나 원칙은 아이를 동반하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했기에, 어른들에게도 ‘살아갈 힘’을 키우는 경험을 1년에 딱 하루 제공하겠다는 겁니다. 이는 일본의 많은 청년 세대들이 방으로, 집으로 들어가버려 더 이상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길 거부하는 현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한 구직 매칭 플랫폼에서 설문한 내용인데요. 직장 입사 1년 미만 퇴사자가 늘어가는 현상에 대해,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개인의 만족이 우선하는 세대라서’와 ‘참을성이 부족해서’라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다르게 진단합니다. 퇴사를 하는 청년들의 감정과 상태는 불안과 혼란이 가장 큽니다. 즉, 퇴사하고 싶어서 나간다기보다는 심각해진 구직난에서 ‘구명보트 타듯’ 취업하는 세태의 반영이라고 봐야겠지요. 충분한 숙고나 직업정보 탐색의 시간을 갖기에는 너무나 다급한 취업시장에서, 어디든 넣어 보고 ‘일단 합격한’ 곳을 가는 데에서 발생하는 미스매치랄까요.
이렇게 첫 직장에서 ‘튕겨져 나온’ 청년은 두 갈래 길에 섭니다. 퇴사를 ‘실패’로 규정하고 은둔하느냐, 그래도 새로이 한 번 더 찾아나서 보느냐지요. 이런 MZ세대의 이행기에, 새로운 직업설계를 위한 데이터베이스와 경험의 기회는 필요합니다. 단순히 키자니아를 이 세대에게 열어주자는 의미를 넘어, 이러한 청년 세대를 위한 재탐색의 경험과 기회. 어른용 키자니아라도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진로의 재설계와 방향 재조정은 실패나 낙오가 아닌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지할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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