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면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엊그제 본 뉴스에 올여름 성수기의 자연휴양림 이용 신청이 평균 5대 1의 경쟁을 나타냈고 최고 131대 1을 기록한 곳도 있다고 한다. 역시 올해도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휴양 장소로 숲과 계곡을 꼽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올여름에도 숲은 많은 국민들이 일상에서 가졌던 온갖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받아줄 것이다.
숲은 예로부터 휴식과 휴양의 장소로 이용되어 왔다. 한자의 쉴 휴(休)자를 보더라도 사람이 나무와 어울린 형상이다. 사회가 점차 도시화·산업화되면서 우리가 누려왔던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가 균형을 잃어가고, 따라서 현대인들은 주말 또는 휴가를 자연, 특히 숲과 함께 보내고자 여행을 떠난다. 숲이 가지고 있는 휴가지로서의 매력은 한두 마디로 표현될 수 없을 만큼 많다.
숲이 갖고 있는 다양성과 도시의 인공물에서 찾을 수 없는 아름다움, 일상에서 벗어난 환경, 그리고 자연과 일치할 수 있는 고적감 등이 숲을 최고의 여가와 휴양지로 꼽는 매력일 것이다. 같은 숲이라도 시간에 따라 또 날씨에 따라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다르다. 또한 같은 숲이라도 보는 시각과 위치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 그야말로 획일적인 아름다움과는 차원이 다른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숲이다.
숲은 몸과 마음의 평안과 안식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휴식처로 각광을 받는다. 숲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숲에서는 모든 사람의 마음이 열리고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우리의 일상에서는 자신의 페이스보다는 쫓기는 듯한 스케줄에 자신을 맞추어야 하지만 숲에서는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숲에서는 독촉하는 전화도, 보고서의 마감도, 그리고 받아야 되는 결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숲은 일상에서 받는 몸과 마음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준다.
숲은 자연을 가까이하고 느끼며 또한 배우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숲은 대개 산이다. 따라서 대표적인 숲 휴양지인 국립공원이나 자연휴양림을 다녀온 사람들은 대부분 정상에 올라가는 것이 목표라고 알고 있다. 물론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극한에서의 인내력과 고난의 역경을 극복하는 방법으로의 정상 도전은 필요하다. 그러나 휴가는 휴식과 안정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진정한 숲 휴양 경험은 자연과의 일치 경험이다. 자연과 나를 일치시키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자연휴양림이나 국립공원에는 '숲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미리 예약을 하고 자연을 배우고 일치하는 경험을 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숲에서의 겸손된 자세는 주위의 자연을 경외하고 주변의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다. 등산로와 텐트 주변에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라도 하나의 귀중한 생명체임을 인식하고 우리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듯이 이들도 그곳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그러면 우리 주변의 자연은 훨씬 아름답고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레오폴드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윤리가 자연의 사물에까지도 확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토지윤리'라 명명하였다. 현재의 자연은 우리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들의 것을 빌려 쓰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