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2002년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공약으로 처음 제시했었고, 이후 모든 정부에서 대통령 후보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인데 이제야 결실을 보게 되었다. 교육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본다면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인데 반응은 생각보다 미지근하다. 오래 걸릴수록 숙성되는 것이 있고 김이 빠지는 것이 있는데 국가교육위원회를 보는 반응은 후자에 속하는 것 같다.
법 통과 이후에도 찬반 논란은 여전한데 어쨌든 나는 법 통과를 환영한다. 1년 후 시행이라는 단서를 달았으므로 앞으로 잘 준비해서 출범 이후에는 더 노련한 숙성미를 우리 교육에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이 마음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논란을 비껴가려는 의도인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한 것이 많다. 시행령을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국가교육위원회는 달라질 텐데 이 중요한 시행령에 반드시 담아야 할 게 있다.
첫째, 위원은 공개 전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위원회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위원 21명 중 국회 추천이 9명, 대통령 추천이 5명이니 괜한 우려도 아니다. 시행령으로 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당연직 위원을 제외하고 위원을 추천해야 하는 청와대, 국회, 교원단체, 대학교육협의회, 시·도지사협의체에서는 합당한 인사 추천을 받고 공개 전형을 통해 투명하게 적임자를 추천하는 절차를 거치자.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뿐만 아니라 위원의 전문성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교육자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법 제13조는 위원회가 국민 의견을 수렴·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관계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따르도록 했다. 좋은 취지이지만 내가 우려하는 것은 위원회가 정권에 의해 장악되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다. 정치권이 집단이기주의를 부채질하여 교육청의 정책을 좌지우지할 때 공교육의 역할이 크게 위태로워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한 말이지만 최악의 상황을 늘 연출했던 정치권이기에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더라도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내용과 방법은 포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교육과정 운영 실상을 파악하고 학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위원회로 권한만 이양된다고 교육과정의 난맥상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각종 이익단체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위원회가 교육과정 모니터링을 통해 학교와 직접 소통하며 운영 상황을 살펴야 한다. 나아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교육과정 관련 법령들도 정비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도 없이 막연한 비율을 일방적으로 두어 교육과정을 통제하는 방식은 이참에 벗어나야 한다.
넷째, 준비단과 사무처는 교육부와 단절하고 현장과 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교육부 출신 관료를 준비단에 보내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그걸 막지 못하면 위원회는 '옥상옥'이 되어 공무원 자리만 늘리게 된다. 위원회는 상임위원이 3명뿐이라 사무처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교육부 출신 관료가 아니라 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협력할 수 있는 교원, 교육전문직원, 학부모 등이 이 자리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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