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3,000가구 이상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고객을 만났다. 이사 후 정리를 제외하고, 거주 중 정리 의뢰를 하는 고객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나에게 연락을 주신다. 상담을 위해 방문을 하면 시어머니가 오셨을 때보다 더 떨린다는 분도 계시고, 대부분 민망해하거나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르고 식은땀을 흘리는 분도 계신다. 가구 안에 있는 물건 양, 수납 구조 등을 확인하려면 하나하나 열어 보아야 하니 처음 보는 사람에게 얼마나 부끄러울지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고객들의 첫 마디는 “제가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어요...”라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처음엔 정리를 잘했던 것 같은데 어쩌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정도가 되었는지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한 시절에는 고객들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줄 때 비로소 고객의 마음이 열리고, 고객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8년 전쯤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정리하는 분들이 많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부산인데 올 수 있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시는 남성 고객의 목소리. 수화기 너머로 간절함이 묻어 나왔다. 대전과 인천 일정을 끝내고 부산까지? 무리한 일정에 거절하고 싶었지만 왠지 꼭 가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나도 모르게 약속하고 말았다.
당일 아침 고객의 집에 도착해 살펴보니, 아이가 있는 평범한 가정이었지만 정리가 안 되니 청소를 잘 하지 못해 곳곳에 먼지가 많았다. 주방을 정리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주워 고객께 드리려는데 이런...! 동전이 바닥에 달라붙어 아무리 애를 써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동료들의 수고로 동전은 고객의 저금통으로 들어갔고, 저녁이 되어서야 정리가 마무리되었다. 아침과 달라진 집안 모습에 고객은 이곳저곳 돌아보며 나와 동료들에게 일일이 감사인사를 했다. 그리고 내게 조용히 다가와 말씀하셨다.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까 아내가 살짝 보고 갔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아내분이 둘째를 유산하고 우울증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정리정돈을 하고 새출발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어 나에게 연락했다는 것이었다.
아내분은 우리 일행과 마주치기엔 용기가 나지 않아서 문틈 너머로 살짝 보고 돌아섰는데, 7년 만에 아내의 웃는 모습을 봤다면서 붉어지는 고객의 눈시울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 고객에게는 정리정돈이 단순한 물건 정리가 아니라 아픈 과거를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용기라는 의미였구나. 처음 전화를 주셨을 때 왜 그렇게 간절한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 정리정돈에 대한 나의 태도 역시 바뀌게 되었다. 나의 정리정돈이 한 가정에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하게 되었다.
사람은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한다. 오늘도 이 글을 통해 누군가는 희망을 꿈꾸며 주변을 정리해보길, 마음속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날들을 맞이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정돈된 환경이 주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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