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특별 방역대책을 기점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확진자 수로만 본다면 아직 4차 대유행은 끝나지 않았다. 매주 2,000명을 넘나드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9월부터 일부 방역조치를 완화해왔고, 추석은 가족 간의 모임 제한을 완화하면서 가까운 가족이 만날 수 있는 명절을 맞이했다.
정부는 2차 접종이 완료되는 10월 말 또는 11월 초를 기점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와의 공존은 어떤 모습일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구체적인 모습은 나오고 있지 않다. 위드 코로나는 국민에게 완전한 방역완화나 코로나19의 종식으로 여겨질 수 있어 당국은 단계적 일상회복이라는 표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단어도 구체적인 계획을 전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감염병 유행을 예측하는 방법은 수리과학적 모형이 대표적이다. 이 모형에서는 인구집단은 단순하게 분류한다. 감염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 감염되어 있는 환자, 면역을 획득한 사람이다. 코로나19 상황에 이를 적용하면 백신 접종자, 코로나19 감염자, 미접종자가 된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미접종자 중 상당수는 감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0월 말이 되면 우리나라의 전 국민 접종률은 80% 근방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점까지 감염되어 면역을 획득한 사람의 비율은 높아도 2% 정도이다. 따라서 남아 있는 20%의 인구집단은 코로나19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과학적 예상을 바탕으로 할 때 남은 20% 중 10% 정도가 감염되어야 유행은 안정적으로 종식될 수 있다. 최소한 500만 명이다.
앞으로 발생할 누적 감염자 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더 높은 백신 접종률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역학조사, 마스크 착용과 같은 비약물적 대책은 피해를 늦출 수는 있어도 본질적 피해 경감 수단은 아니다. 따라서 단계적 일상회복은 정해진 누적 감염자를 얼마나 분산시킬 수 있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단순한 예로 대부분의 방역조치를 완화한 영국의 상황을 보면 2차 접종률이 65%이며, 이미 감염되어 면역을 획득한 사람의 비율도 20%에 이르는 상황에서도 매일 3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도 단계적 일상회복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영국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나라 상황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결과는 같다. 방역완화 이후 확진자는 점진적으로 증가해 결국 만 명 단위의 확진자가 발생하게 된다. 순차적이고 점진적인 방역 완화도 피해의 총량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피해가 단시간에 집중될 경우 의료체계 과부하로 인한 부수적 피해는 당연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방역완화의 속도와 방식에 따라 유행 곡선의 기울기를 낮추어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피해를 분산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반년에 500만 명의 누적 확진자를 받아낼 것인가, 3~5년에 거쳐 이 확진자를 다룰 것인가의 문제이다. 또 필수적인 방역조치를 유지하면 피해를 최대한 분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확진자 격리, 접촉자 추적, 마스크 착용 등의 조치로 코로나의 전파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어려움과 백신 접종은 과거로의 복귀가 필요하며 가능한 이유이다. 따라서 단계적 일상회복은 반드시 시행해야 하지만, 결국 이는 인명피해를 사회경제적 손실로 전환해왔던 기존의 방역정책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손실을 다시 방역상의 피해로 전환하는 과정임을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해 드려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