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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대장동 개발 사업의 실질적 시행사인 화천대유와 그 자회사가 적은 지분으로 수천억 원대의 개발 이익을 올린 것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화천대유 측은 예상치 못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란 천운 때문에 수익을 거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요행이 누군가 부패했거나 무능했기 때문에 벌어졌을 것으로 보는 게 상식적이다.
□ 뜻밖에도 부패 혐의의 불똥은 ”화천대유가 누구 것이냐”라며 이재명 경기지사를 몰아붙이던 국민의힘 쪽으로 튀었다. 화천대유에서 대리 직급으로 일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 원을 정당한 몫으로 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무엇에 대한 대가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보은성이거나 보험성의 뇌물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렵다. 이 사업의 민간 개발세력이 여야를 막론하고 돈을 뿌렸을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고리가 나온 것은 일단 국민의힘 측이 된 셈이다.
□ 현재로선 화천대유의 검은돈이 이 지사 측으로 흘러갔다는 근거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지사가 이 사업을 “모범적 공영개발 사례”라고 부르는 것은 낯뜨거운 소리다. 성남시가 사전에 확정 이익을 확보했다고 하지만 개발 초과 이익에 대해 왜 아무런 환수 장치를 만들지 않았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부동산 가격이 이 정도로 뛸지 몰랐다는 해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지사 측이 검은 대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민간 개발세력에게 설계당했다는 무능의 혐의를 벗어난 게 아니다.
□ 무능 프레임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부패 프레임은 직관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공격수였던 국민의힘이 되레 카운터 펀치를 맞은 셈이다. 빨리 이 고리를 끊지 않으면 이 지사의 무능을 몰아붙이기도 버거울 수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탈당한 곽 의원에게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면서 제명까지 거론한 것도 이런 다급한 속내를 보여주는 셈이다. 국민들은 더 허탈하다. 여야의 대장동 대결이 마치 부패와 무능 중 그나마 덜 나쁜 게 뭐냐는 선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에서도 이런 좁은 선택지만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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