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이후 시장금리는 계속 상승 중이다.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3년만기 국고채수익률이 지난해 8월 0.83%(월평균)에서 올해 9월에는 1.51%로 올랐다. 그러나 금리를 결정하는 기본 요인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저금리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금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가 회복되는 가운데 물가도 오르면서 시장금리가 먼저 상승했고, 올해 8월에는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금리는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멀리 내다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하락해 금리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잠재성장률이란 노동, 자본, 생산성 등을 고려했을 때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다. 2020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올해부터 잠재성장률이 1%대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 2.1%였던 잠재성장률이 2030년에 1.0%, 2040년에 0.8%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다음으로 돈이 남아돌면서 금리는 낮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한 나라 경제에서 돈의 수요와 공급은 투자와 저축에 의해 결정된다. 1997년 외환위기 전에는 우리나라 국내 투자율이 총저축률을 웃돌았다. 예를 들면 1990~97년 투자율은 연평균 38.9%로 저축률(37.8%)을 넘어섰다. 저축을 초과하는 투자로, 돈이 부족했기 때문에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998년 이후 기업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1998~2020년엔 저축률이 연평균 34.8%로 투자율(31.6%)을 웃돌았다.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돈의 공급이 수요보다 많았다는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은행이 채권을 사면서 금리가 더 하락할 것이다. 은행은 돈이 들어오면 대출이나 유가증권으로 운용한다. 대출은 가계와 기업 대출로 나뉘고 유가증권은 크게 주식과 채권으로 구성된다. 가계는 자금 잉여 주체이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려 쓴 돈보다 많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2020년에 우리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자금 잉여가 192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은 금융회사나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자금 부족 주체이다. 그런데 그 부족 규모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의 자금 부족 규모가 2009년 1분기에 9.1%(4분기 이동평균)였으나 2021년 1분기에는 4.1%로 축소되었다. 가계의 자금 잉여가 늘고 기업의 자금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 은행은 남은 돈을 유가증권 운용에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은행은 유가증권 중에서 변동성이 큰 주식보다는 안정성이 높은 채권을 사게 된다. 실제로 은행자산 중 채권 비중이 2015년 1분기 12.0%에서 올해 1분기에는 14.5%로 증가했다.
최근 정책당국은 금융 불균형 해소를 위해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금 순환에 따르면 2021년 3월 말 현재 금융업을 제외한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818조 원에 이르고 있다. 기업의 자금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은행의 자산 운용 가운데 대출 비중은 줄고 유가증권 특히 채권 비중은 늘면서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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