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미국의 아빠 찬스

입력
2021.10.04 18:00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송영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2회 세계지식포럼 개막 세션에서 책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뉴시스

송영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2회 세계지식포럼 개막 세션에서 책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에서 아이비 리그를 가야 하는 이유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어서다. 기득권층이 될 이점이 큰 데다 자녀가 ‘부모 찬스’로 동문이 될 여지도 높다. 유명 대학 대다수가 동문 자녀 우대인 ‘레거시 입학’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올해 하버드대 신입생 가운데 적어도 한쪽 부모가 하버드 출신인 레거시 입학생은 15.5%라고 이 대학신문 '하버드크림슨'이 전했다.

□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학력의 대물림에 성공한 예일대 신입생은 14%, 다트머스대는 13%, 브라운대는 10% 수준이다. 하버드의 경우 동문 자녀가 비동문 자녀에 비해 입학할 가능성은 6배 이상이나 높다. 2010~2015년 동문 자녀는 응시자 100명 중 33.6명이 입학해 그렇지 않은 5.9명보다 월등히 높았다. 최근에는 동문 간 경쟁도 치열해 올해는 응시자의 18.8%만 합격했다. 유명 대학을 나온 부모라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백인일 개연성이 높다. '좋은 부모' 밑에서 벌써 많은 것을 가졌을 자녀에게 학력의 대물림까지 인정하는 건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

□ 그럼에도 레거시 입학이 유지되는 배경에는 선발권을 가진 대학들의 경제 문제가 연결돼 있다. 동문 기부는 2019~2020년에 110억 달러에 달해 전체 대학 기부의 22%를 차지했다. 하버드 측도 동문 기부를 활성화하고 그 혜택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돌려준다는 경제와 정의의 타협을 이유로 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현실적 필요를 주장한다고 해도 입학 특례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특권을 강화시키는 건 사실이다. 레거시 특례 입학을 없앤 매사추세츠공대(MIT)나 캘리포니아공대가 경제 문제에 부딪혔다는 얘기도 없다.

□ 한 세기 전 이 제도를 도입한 것도 아이비 리그에 몰려온 유대인과 이민자 자녀의 입학을 제한하려는 의도였다. 기득권 유지가 취지인 사실은 하버드가 자매학교 래드클리프여대 동문 자녀에게도 혜택을 주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별 이상한 아빠 찬스가 등장하는 대장동 사태가 보여주듯 우리 사회에도 보이지 않는 특혜가 희한한 논리로 곳곳에 퍼져 있다. 팬데믹 2년째, 기득권층은 흔들림이 없다는 단편들일 것이다.

이태규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