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지난해 9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후원금을 유용하는 등 8가지 혐의로 기소됐던 윤미향 무소속 의원에 대한 공소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1년여 만에 공개됐다. 그간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구를 번번이 거부해 왔던 법무부가 최근에서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로 윤 의원 공소장을 보낸 것이다. 지난 8월 윤 의원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리면서 더 이상 공소장 공개를 미루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 공소장에 따르면 윤 의원은 허위 서류 등 여러 부정한 방식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의 국고보조금을 받았고 관할 기관에 정식 모금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여러 차례 후원금을 모집했다. 압권은 법인 계좌나 개인 계좌를 통해서 모은 후원금을 자신의 주머닛돈처럼 야금야금 사용한 대목이다. 슈퍼, 휴게소, 식당 등에서 몇만 원 단위로 지속적으로 사용된 후원금은 윤 의원의 일상생활 용도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자신이 내야 할 공과금과 과태료 납부에 쓰이기도 했고, 윤 의원 딸 계좌로 이체된 경우도 있었다. 검찰은 윤 의원이 총 217회에 걸쳐 1억37만 원을 유용한 것으로 봤다.
□ 윤 의원은 “공적 업무 또는 복리후생 비용으로서 공금으로 회계 처리한 것들이다”라며 “일부 개인적 용도의 지출은 모금한 돈이 아닌 제 개인 자금에서 지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적인 모금 절차를 밟지 않은 채 개인 계좌로 후원금을 모은 것 자체가 윤 의원이 얼마나 공사 구분이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공소장에제시된 구체적인 횡령 혐의를 보면 여권이 왜 그토록 윤 의원의 공소장 공개를 꺼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윤 의원을 감쌌던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를 자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 국민의힘은 5일 윤 의원에 대해 국회의원직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정의당은 국회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징계 방안을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윤 의원은 지난 6월 국민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나서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여권이 무소속 신분인 그를 더 이상 감쌀 이유는 전혀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