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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을 모르는 사람들

입력
2021.10.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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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판교SK뷰테라스 공사현장. 뉴스1,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판교SK뷰테라스 공사현장. 뉴스1, ⓒ게티이미지뱅크


2년 전, 청년임대아파트에 당첨되어 뛸 듯이 기뻤다. 주변 라이더들은 어떻게 임대아파트에 당첨됐냐고 물었다. 비단주머니를 풀 듯 세 가지 비법을 알려줬다. 첫째, 소득이 적고 자산이 없을 것. 둘째, SH나 LH 공사 홈페이지를 자주 접속할 것. 셋째, 청약통장을 만들 것.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 얘기를 듣던 20대 청년들은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청약통장이 뭐예요?" 윤석열 후보가 집이 없어 청약통장을 못 만들었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 사실 청약통장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몰라도 사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는 사람과 모르면 치명적인 손해를 보는 사람의 경제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인터넷에 '청약통장'을 쳐보니, 세제혜택과 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은행에서도 월 2만 원만 넣어도 청약통장을 만들 수 있다는 말만 할 뿐 정확히 청약통장이 왜 필요한지 알려주지 않는다. 토지는 유한한 자원이고 주택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다. 이 소중한 자원을 시장에만 맡겨 놓으면 돈과 권력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든 주택을 차지하게 되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돈 없는 서민은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 국가가 주택시장에 개입해야 하는 이유다.

국가가 무주택 국민을 지원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집도 짓고 대출도 해줘야 한다. 그렇다고 세금을 마구 걷으면 국민적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곤란함을 해결하기 위해 청약통장을 만들었다. 청약통장에 가입한 무주택 국민들을 선별해서 주변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신축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대신, 청약통장에 모인 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주거복지를 위한 기금도 조성한다. 그러나 청약만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민간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면 빚을 내서라도 구입한 후 가격이 오르면 다른 사람에게 팔아 시세차익을 노린다. 노동소득으로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자산시장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집을 살 돈이 없어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대출만 받으면 살 만한 가격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일해도 모을 수 없는 돈이다. 임대아파트를 노리면 되겠지만, 어지간히 가난해서는 들어갈 수 없는 게 임대아파트다. 청약통장이 무엇인지 아는 게 의미 없는 사람들, 당장에 쓸 돈이 필요해 청약통장을 깨는 서민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이들을 위해 국가가 보다 적극적인 주택 정책을 펴야 하지만, 되레 5,000억 원의 부동산 불로소득을 투기꾼들이 나눠 먹는 일을 방치한 사건이 벌어졌다.

대장동의 투기꾼들은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없애기 위해 법조인과 정치인들을 개발에 참여시켰고, 방해가 되는 규제가 있다면 규칙을 바꿔 버렸다. 이슈가 되지 않았다면 아무도 몰랐을 일이다. 곽상도 아들이 50억 원 퇴직금을 받았다는 사실에는 맘껏 욕이라도 하겠지만, 수백억 원을 챙겨 간 사람들이 한 일들은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복잡하고 어려워 이해조차 어렵다. 철저한 수사로 책임자를 처벌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설계하지 못한다면 이 같은 범죄는 반복될 것이다. 월 2만 원짜리 청약통장을 만드는 것보다 투기꾼들을 때려잡을 대안적 정치에 투자하는 게 더 희망적이지 않을까?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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