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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대박과 원주민의 울분

입력
2021.10.08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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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7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판교의 남쪽인 성남시 대장동은 조선 인조의 태(胎)를 묻은 곳으로 알려져 태장리로 불리다가 지금의 이름이 됐다. 입증할 기록은 없지만 청계산 자락의 남향 터라 예전부터 길지였다는 게 지역 설명이다. 이런 땅을 물려받은 원주민은 투기꾼과 개발꾼이 땅을 팔라 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런데 성남시가 돌연 땅을 강제 수용하겠다고 나섰다. 공익을 위한 일이란 명분에 원주민은 오랜 삶의 터전을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3.3㎡당 300만 원도 못 받은 이가 많다. 이후 이 땅에 지은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2,500만 원까지 치솟았다.

□ 원주민 땅을 사 들여 용도를 변경한 뒤 아파트를 지어 파는 부동산개발사업은 큰돈을 벌 수 있지만 위험도 적잖다. 통상 3대 리스크를 꼽는데, 첫째 리스크는 '땅작업' 토지매입이다. 일단 소문이 나고 어느 선을 넘으면 땅을 사 들이는 게 쉽지 않다. 수십만 원이던 땅값이 수백만 원이 되고 나중엔 수천만 원을 줘도 안 판다고 한다. 땅작업은 10% 계약금만 현금으로 준 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그 다음 땅 계약금을 치르기 마련인데 이 과정이 끊기면 돈줄이 말라 파산할 수도 있다. 둘째 리스크는 인허가다. 부동산 개발은 시간이 돈이다. 해당 지자체가 인허가를 늦추거나 갑자기 도로나 학교, 공원을 더 지으라고 하면 청천벽력이다. 셋째 리스크는 분양가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높은 값을 받을 수 없다.

□ 대장동은 이런 3대 리스크를 민관공동개발이란 이름으로 모두 피해갔다. 땅작업이 지지부진하며 자금난에 빠졌을 때 지자체가 구세주로 나서 골치 아픈 원주민의 땅을 단숨에 강제 수용해줬다. 인허가 과정도 일사천리였다. 분양가상한제도 적용되지 않았다. 싸게 사 비싸게 파니 일확천금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 대장동 원주민들은 개발꾼과 성남시에 사기를 당하고 호구가 됐다며 분노하고 있다. 소송도 준비 중이다. 이들의 눈물로 7,000억 원의 수익을 거둔 이들은 이후 700억 원, 350억 원, 50억 원, 30억 원의 뭉칫돈을 법조와 관가의 실세 '형님들'은 물론 그 아들딸과 나누며 돈잔치를 벌였다. 이젠 돈이 돈 같지 않다. 일할 맛 안 나는 세상이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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