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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찜찜해도 백신은 사람을 살린다

입력
2021.10.10 22: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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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청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뉴스1

서울 성북구청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뉴스1


백신은 인간이 만든 것 중에서 가장 많은 인간을 살렸다. 하지만 백신은 탄생부터 거부감의 역사와 함께했다. 아직 질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상태에서 예방을 위해 어떤 물질을 주사로 맞는 행위는 본능적으로 꺼림직한 일일지 모른다. 1796년 최초의 천연두 백신을 개발한 에드워드 제너 또한 백신에 대한 확신이 있었지만, 최초의 실험은 자신의 아들이 아닌 정원사의 아들을 대상으로 했다. 한편으로는 불안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세계 최초의 백신 접종자로 제임스 핍스라는 소년이 역사에 남았다.

19세기 후반 백신을 본격적으로 개발한 사람은 '미생물학의 아버지' 파스퇴르다. 그는 학문적으로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헌을 했으며, 광견병과 탄저 백신을 개발해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다. 그는 과학 지식을 사회적으로 납득시켜야 의미가 있다는 사실 또한 잘 이해했던 과학자였다. 그는 접종을 설득하기 위해 탄저균을 놓아 염소를 죽이는, 잘 기획된 쇼에 가까운 실험도 시행했다. 사회적으로 대중과 다양한 이해 집단을 고려하고 설득하려는 노력까지 있었기에 그는 더욱 독보적인 인물로 기억된다.

반대로 강압적인 사례도 있었다. 1904년 브라질 의회는 의무 예방접종법을 승인했다. 보건 당국과 경찰은 이 법을 근거로 시민의 집에 들어가 강제로 백신을 놓았다. 분노한 시민은 백신 반대 운동을 벌였다. 점차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해 대통령궁으로 행진할 무렵 정부는 의무 예방접종을 중단했다. 이 유혈 시위로 30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예방 접종 중단으로 9,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천연두에 걸려 죽었다. 강제 접종의 반발과 백신의 강력한 효용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다.

이후 백신의 효과는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백신은 1900년대부터 인류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천연두, 디프테리아, 백일해, 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 등의 질병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특히 천연두는 20세기에만 3억 명을 죽였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하지만 반대론 또한 꾸준하다. 누군가는 이미 많은 전염병이 사라져버린 탓에 현재는 위험이 보이지 않아 공포심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유명한 백신 반대론자에는 영국의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있다. 그는 1998년 백신과 자폐증과의 연관을 의심하는 논문을 유력 학술지에 발표했다. 곧 그가 새로운 백신 개발자로부터 돈을 받고 연구 결과를 일부러 조작했음이 밝혀졌다. 수많은 논거로 논문은 반박당했고 승인은 철회되었지만 상황은 일파만파였다. 논문이 발표된 이후 접종 거부로 인해 10년간 더블린에서 홍역 발생이 24배가 늘었다. 그는 마땅히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지만 아직 이 논문은 백신 반대론자의 근거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에도 논란이 진행 중이다. 이번 백신은 역사상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개발되어 긴급 승인되었기에 불안감이 있다. 하지만 이 백신은 지난 몇 백 년간 많은 생명을 구하면서 인류에게 누적된 과학이 총체되어 탄생한 존재인 것 또한 분명하다. 이번 백신은 효과가 명백히 입증되었고, 현재 36억 명이 맞았지만 매우 드문 부작용만 밝혀졌다. 현재 국내 성인의 90% 이상이 자발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 이상 맞았다. 수많은 부침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성과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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