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위드 코로나를 앞둔 마지막 과제

입력
2021.10.31 00:00
수정
2021.10.31 11:07
27면
0 0
서울 마포구의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 병원에서 한 시민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뉴스1

서울 마포구의 코로나19 백신접종 위탁 병원에서 한 시민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체 감염자의 절반 정도가 7월부터 시작된 4차 대유행을 기점으로 발생했다.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는 이제 흔한 질환이다. 단순 방문하는 보호자나 간병인,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는 외상 환자에게도 확진자가 나온다. 얼마 전 피를 토하는 고령의 환자가 왔다. 실혈량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위장관 출혈 처치 중 환자가 한쪽 팔을 쓰지 못하고 의식 수준이 떨어졌다. CT를 찍었더니 뇌출혈까지 있었다. 중환자실에서 어떻게든 치료하고자 입원 전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양성이었다. 분명 열이 나지 않고 폐 사진도 깨끗했다. 조회했더니 백신 접종을 이미 마친 환자였다. 증상이 없어 의심하지 못했던 것이다. 적어도 코로나19 감염의 증세는 환자를 피해간 것으로 보였다.

다른 환자는 전형적인 코로나19 감염 환자였다. 당뇨와 심부전, 신부전 등의 기저질환이 있어 집에서만 생활하는 90대 할아버지였다. 발열과 호흡 곤란 양상이 코로나19 환자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패턴이었고, 곧 양성이 확인됐다. 환자의 폐는 완전히 하얗게 변해 있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보였다. 중환자실에서 체외순환기와 투석기에 의지해 악전고투하다가 사망하는 전형적인 케이스였다. 조회해보니 백신 미접종자였다.

가족에게 왜 백신을 맞히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보호자는 모든 가족이 백신을 맞았지만, 할아버지는 고령이라 접종이 부담스러워 맞히지 않았다고 했다. 보호자 중 한 명이 바깥에서 무증상으로 감염되어 집에 있던 할아버지에게 전파시킨 것이었다. 노약자라도 타인과의 접촉은 피할 수 없어 이처럼 가족이나 간병인이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차라리 노약자인 할아버지만이라도 백신을 맞혔으면 어땠냐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환자의 상태는 끔찍했다. 굳이 접종을 피했던 노약자가 목숨을 위협받는 사실이 안타깝고 참담했다.

우리는 2년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펼치면서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감수했다. 노약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백신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오늘부터 시행되는 '위드 코로나'는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대신 바이러스가 사람들에게 노출될 것임을 인정하는 선언이다. 델타 변이의 경이로운 감염재생산수와 거리두기하에서도 발생하는 많은 감염자로 미루어 보면 '위드 코로나' 이후에는 결국 거의 모든 인구가 바이러스와 접촉할 수밖에 없다. 일상 회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택한 것이다.

백신은 국민의 선택이며 강제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긴급승인으로 인해 입증되지 않은 부작용이 밝혀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입증된 코로나19의 해악과 백신의 효과는 너무나 명백하다. 80대 이상의 코로나19 사망률은 15%나 된다. 또한 백신 미접종자는 중증이환율이 22배가 높으며 사망률은 9.4배가 높다. 아직도 노약자에게 코로나19는 치명적이고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절망적인 질환이다. 적어도 고령층에 한해서는, 어떤 경우라도, 백신은 압도적인 이득을 준다. 제발 이들만이라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 우리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지난 2년간 많은 것을 잃었다. 남은 한 사람의 노약자까지 백신을 맞히는 것이 '위드 코로나'를 앞둔 우리의 마지막 과제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