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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서울시가 1일 내년도 예산안에서 TBS 출연금을 올해보다 약 123억 원 삭감한 252억여 원으로 편성해 시의회에 제출하자 TBS와 더불어민주당 측이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언론 길들이기”라고 주장하지만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에 세금이 지원되는 게 합당하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 TBS 예산 삭감 논란 뒤에는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어준씨가 자리잡고 있다. 역대 정권들이 공영방송에 친정부 인사를 낙하산으로 투입하긴 했으나 TBS처럼 노골적인 경우는 흔치 않다. 김어준씨는 정치적 사안마다 민주당 정권에 편향된 논리를 제공하며 지지자들을 규합하는 활동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법원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법조 쿠데타”라고 발언해 법정 제재도 받았다. 심지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선 이낙연 후보 캠프조차 김씨가 이재명 후보에 편파적인 방송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 TBS가 민간방송이라면 정파적 색채를 드러낸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 이강택 TBS 대표가 2일 서울시의회에서 “뉴욕타임스나 CNN은 선거철이 되면 공개적으로 누구를 지지한다”고 말한 것처럼, 미국에선 공화당이나 민주당 지지를 분명히 하는 방송이나 언론 매체가 적지 않다. 하지만 TBS가 참고해야 할 것은 민간방송인 CNN이 아니라 미국 유일의 공영라디오 NPR이다. 이 매체가 지향하는 것은 공정, 정확, 불편부당 등이다. 여러 관점들을 공정하게 다루면서 사실 보도에 중심을 두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공영방송이라면 지켜야 할 기본적인 보도 윤리다.
□TBS 대표가 NPR 대신 CNN을 거론한 것은 공영방송의 기본 개념과 윤리의식을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오랫동안 편파 논란이 지속됐는데도 내부 견제가 거의 없었던 것을 보면 조직 자체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서울시가 당초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 기형적으로 변질된 TBS를 더 이상 지원할 이유가 없다. 예산을 끊되 상업 광고를 허용하는 형태로 TBS와의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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