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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

입력
2021.11.05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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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7박 9일간의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7박 9일간의 유럽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페이스북에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한 건 지난 7월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해 공식 브리핑에 담기 어려운 뒷얘기를 전하고 있다. 사실 청와대 공식 브리핑은 고도로 정련된 단어와 함축적인 문장으로 간단명료하게 발표된다. 대통령은 브리핑의 그늘 속에서 생동감을 잃고 화석화하기 십상이다. 그러니 대통령의 생각과 행동을 보다 생동감 있게 국민에게 전하자는 뜻이 있었을 거다.

▦ ‘대통령 이야기’는 지금까지 20편 이상 게재됐다. 누리호 발사 땐 당초 대통령의 메시지 발표가 예정되지 않았으나, 궤도 안착 실패 예상 보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성과를 격려하는 방향으로 직접 메시지를 수정해 발표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7월 1일 게재한 1편은 ‘대통령의 결단.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독립운동’이었다. 청와대 참모진과 정부는 정면대응을 피하자고 했으나, 대통령은 분노했고, ‘소부장 독립운동’을 택했다는 내용이다.

▦ ‘문비어천가’라는 비아냥도 없지 않았다. 우리 조선업이 부활한 건 “(조선업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반대를 설득한 문 대통령의 정책적 결단 덕분”이라거나, 홍범도 장군 유해봉환은 “외교부 등의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요구로 성사됐다”는 식으로, 주로 난관을 극복한 대통령의 용단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빙하기를 맞고, 연일 집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전해지는 ‘대통령 미담’은 편치 않은 반응을 많이 사기도 했다.

▦ 문제는 SNS 소통이 일상화하면서 부지불식간에 청와대 메시지 관리가 해이해진 것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점이다. 최근 대통령 유럽 순방에 수행한 탁현민 의전비서관의 ‘발에 피났다’는 페이스북 글만 해도 그렇다. 본인은 빡빡한 일정이 힘들다는 푸념과 함께 “발에서 피가 났다”는 얘길 한 건데, 항간에서는 “당연한 일 하는 거고, 짚신 신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투정이냐”라는 식의 반감만 샀다. 대통령 주변 얘기가 함부로 나돌며 공연한 논란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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