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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과 일본말의 기원

입력
2021.11.15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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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019년 부산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축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9년 부산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축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말과 일본말은 닮은 점이 많다. 주어 목적어 술어로 이어지는 문장 구조, 모음조화, 조사의 활용, 존칭의 발달 등 알타이어의 특징을 공유하면서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도 유사한 결과일 수 있다. 그래서 일본말의 뿌리가 한국말이라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일본의 비교언어학자 시미즈 기요시 등이 두 나라 말의 어근을 조사했더니 5,000개가 공통되더라는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었다. 이들은 대륙의 언어가 한국으로 전해진 뒤 다시 일본으로 넘어갔다고 본다.

□ 물론 반론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특정 언어의 기원을 추적할 단서인 신체, 자연, 숫자 등의 기초 어휘가 다르다는 점이 꼽힌다. '눈(目)' '귀' '입'은 일본어로 '메' '미미' '구치'이고 '하늘' '바람'은 '소라' '가제'다. 비슷하다고 보기 어렵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일본에 유입된 언어가 고구려말이어서 신라어에서 발전된 지금 한국어와 차이가 생겼다고 한다. 실제로 일부 숫자의 고구려 발음은 지금 일본어와 유사하다.

□ 일본어의 기초 어휘가 동남아시아나 태평양 언어와 닮았다는 주장도 있다. '손'은 일본말로 '테', 태평양 일대를 포괄하는 어족인 오스트로네시아어로는 '탕안'이다. 숫자 '하나'도 '히토쓰'와 '이토'로 비슷하다. 인도 남부 타밀어와 일본어가 유사하다는 학자도 있는데 타밀어는 한국어와도 비슷한 어휘가 많아 눈길을 끈다. 바다를 통한 언어 교류의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 독일 막스플랑크인류사과학연구소가 주도하고 한국 등 13개국 학자가 참여한 국제 연구진이 최근 한국어와 일본어가 약 9,000년 전 중국 동북부 랴오허강 일대에서 기장 농사짓던 경작인 언어라는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주장이 없지 않았으나 이번은 언어학뿐 아니라 고고학, 유전학, 인류학 자료를 종합해 신빙성을 높였다. 약 3,000년 전 한반도를 거쳐 전해진 언어가 지금의 일본어이고 선주민의 말은 고립되어 아이누어로 남았다고 한다. 한일 유대가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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