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30일 다주택자의 양도세 인하에 대해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달 29일에 이어 이달 1일 “국민 합의 없이 할 수 없다”며 국토보유세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부동산 관련 세제에 대해선 상이한 입장이 맞서고 나름의 근거도 있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은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것으로 보인다. 원칙 없는 정책 뒤집기는 부동산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투기를 막기 위해 보유세를 강화하면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려다가도 양도세 부담 때문에 거래가 막힌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그간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에 따른 불로소득은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양도세 인하에 반대해 왔다. 최근에야 여야가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기존 시가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로 완화키로 했고 이제는 다주택자까지 양도세 인하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만약 여당이 일관되게 보유세 강화 정책을 유지한다면 그나마 설득력이 있겠다. 박 의장은 “이재명 후보도 보유세를 높이고 대신 거래세를 (낮추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 후보는 국토세 도입도 주저하고 있다. 물론 정부와 여당이 종부세는 인상했지만 부과 대상을 2% 미만으로 줄이는 등 과세 부담을 최소화했다. 투기 억제와 불로소득 환수라는 명분은 각종 완화 정책으로 누더기가 된 상황이다.
세제를 놓고 이렇듯 입장을 번복하면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악화시킨다는 점도 문제다. 시장에선 양도세 인하, 보유세 유지 내지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져 당장 매물은 더 잠길 것이고 장기적으론 투기와 집값도 잡기 어려워진다. 현 정부가 집값 잡기에 실패한 것도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지 않고 엇갈리는 행보를 편 것이 영향을 미쳤다. 표를 얻으려다 부동산 문제 해결은 더 멀어지고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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