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해 두 번째 청구한 구속영장이 엊그제 기각됐다. 공수처는 10월부터 손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 1차 구속영장까지 모두 세 차례 영장을 청구했으나 그때마다 기각당했다. 법원의 공통된 기각 사유는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범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해 퇴짜를 놨다는 뜻이다.
손 검사의 신병 확보는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수순이었다. 공수처도 거의 모든 수사 역량을 동원하며 강한 수사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도 3개월 수사에 세 번 영장 기각이라면 실망스럽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수사 성격상 입증 작업이 어렵다고 해도 참담한 수준이다. 누구라도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마저 실패한 것에 공수처의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손 검사의 범죄 혐의는 작년 4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하며 부하 검사 등을 시켜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한 뒤 김웅 의원에게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그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었을 사안이다. 더구나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손 검사 뒤에서 이런 과정을 지시 또는 묵인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 사건이 대선후보 지지에 영향을 준다(51.6%)는 의견이 영향이 없다(31.5%) 답변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수사는 의혹 정점에는 다가가지도 못한 채 손 검사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커졌다. 대선을 3개월 앞둔 여야가 불확실성을 키울 고발사주 특검에 합의하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국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발사주 의혹은 공수처의 무능 속에 묻힐 것으로 보인다.
출범 1년이 안 된 점을 고려해도 공수처의 수사력 문제는 심각하다. 아마추어 같은 일 처리에 공수처 무용론이 제기되는 게 이상하지 않다. 공수처는 쏟아지는 비판을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남은 수사라도 제대로 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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