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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대선 영입 인재'들은 다 어디 있나

입력
2021.12.15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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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가인재 1차 MZ세대 전문가 영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위)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가인재 1차 MZ세대 전문가 영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 위)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뉴스1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된 이후 지금까지 언론을 장식하는 선거 관련 보도는 각 정당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인재 영입(혹은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구설수)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선거를 앞두고 정당이 이런저런 인물들을 영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인물을 영입하는가는 정당이 앞으로 어떤 방향을 지향하고자 하는가를 유권자에게 호소할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얼굴이 만들어내는 변화와 쇄신의 이미지까지 덤으로 따라온다. 다만 궁금한 것은 지금까지 수차례 선거를 거치면서 영입된 수많은 인재가 차고도 넘칠 텐데 과연 이들은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이다.

이들은 모두 영입 당시에는 모두 나름대로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이나 상징성을 인정받은 사람들이었겠지만, 정치권에 들어가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무언가 가시적인 변화를 끌어낸 예가 있는지 선뜻 떠오르지는 않는다. 대부분 기성 정치권의 높은 벽에 부딪혀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거나 혹은 소수가 기성 정치권에 흡수되어 그저 그런 익숙한 정치인의 한 명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영입과 소멸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는 인재 영입이 콘텐츠보다는 이미지에만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진다는 점에 있다. 새로운 인물이 영입되면 보통 선대위의 그럴듯한 직함을 달고 후보 지원 활동에 몰두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영입 인사들이 자신의 경험과 활동을 정책과 공약에 녹여냄으로써 정당을 변화시키는 주체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배경과 이미지를 사용하여 표를 동원하는 거간꾼의 역할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장이 파하면 거간꾼이 더 이상 효용가치를 가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선거에서 승리하건 패배하건 후보의 유통기한은 한시적일 뿐이며, 선거가 끝나고 일상의 정치로 돌아가면 다시 정당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재 영입은 후보 캠프나 선대위가 아니라 정당이 주체가 되어 이루어져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서 허겁지겁 액세서리를 갈아 끼울 것이 아니라, 수시로 다양한 인재를 폭넓게 받아들이고 이들의 새로운 시각과 전문성을 정당의 활동과 비전에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들 중 조언자의 역할을 넘어 스스로 선수로 뛰고자 하는 의지와 역량을 가진 사람을 발굴하여, 정당의 자산이자 차세대 리더로 키워내는 조직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수도 헛발질도 나오겠지만, 그것이 미래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고 기다려주지 않고 당장에 써먹고 버릴 수 있는 깜짝 인사들을 당 밖에서 찾아온 것이 한국 정당의 현주소를 만들어낸 것이다.

청년 세대가 화두가 되면서 양대 정당이 경쟁적으로 청년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다. 과연 이들은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정치인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한국 정치에서 청년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은 청년이 없어서가 아니라 청년을 정치인으로 키워내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1야당의 대표가 30대이기는 하지만, 그를 키워낸 것은 정당이 아니라 방송이었다. 사실 정당 혁신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선거를 앞두고서야 새삼 깨달은 듯이 호들갑 떨며 추진하는 바로 그 일들을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꾸준하게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정당 혁신을 가져오는 지름길일 것이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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