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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이대남' 향한 구애, '올드보수'에 달렸다

입력
2022.01.10 18:00
수정
2022.01.10 18:35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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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윤석열, 안철수 누굴 지지하나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가족부 폐지와 병사 봉급 월 200만 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한 줄짜리 공약 몇 개로 지난 주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이 공약에 열광한 유권자들은 당연히 청년 남성들이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간 윤 후보를 향했던 조롱과 멸시가 일순간에 사라질 정도였다. 덕분에 그는 오랜만에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분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진 미지수다. 아직까진 단발적인 교전 승리에 불과하고, 무엇보다 ‘윤핵관’을 중심으로 한 보수 정치인들이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은 까닭에서다.

사실 윤 후보는 등장할 때만 해도 청년들의 적잖은 지지를 얻었다.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성장한 그는 존재 자체만로도, 정부 여당의 불공정·내로남불에 실망한 청년들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권에 입문하면서 치명적인 악수를 두었다. 바로 강성 보수세력과 너무 쉽게 손을 잡은 것이다. 그 행보는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던 그의 이미지와 배치되며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거기에 입당 초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빚으면서 구태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그 결과, 그는 경선 당시 고령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으나 청년층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비록 같은 국민의힘 지지자라고 해도, 이준석과 홍준표에게 열광하는 2030 남성들과 윤석열을 후보로 만든 60대 이상은 전혀 다른 집단이다. 추구하는 가치부터 상이하다. 전통적 보수세력이 산업화 시절의 향수를 좇고 애국·반공을 주요 국시로 삼아왔다면, 청년들은 공정·합리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젠더갈등을 가장 심각한 사안으로 여긴다. 특히 '이대남'들이 이준석을 열정적으로 지지하면서도 기존 보수 정치인들에게 싸늘한 건 그래서다. 2018년 혜화역 시위·이수역 사건 등으로 젠더갈등이 폭발하던 당시 남성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이준석과 달리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그 일의 심각성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청년들의 눈에 비친 기존 보수는 정부 여당을 견제하기에 너무 무능하다. 2030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보수세력이 정신 못 차리고 '반북'이니 '부정선거' 같은 민심과 괴리된 낡은 주장을 들먹이다가 결국 더불어민주당에 큰 선거를 연거푸 내줬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은 그런 강성보수와 손을 맞잡은 것이다. 게다가 스스로 무능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이기도 했다. 걸핏하면 간담회에 지각하고 심지어 스피커폰으로 참여하는 등 성의마저 없었다. 청년들이 그의 자질에 의구심을 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윤석열에게서 이탈한 청년 표심은 잠시 안철수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그건 순전히 반사이익이고 따라서 그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실제로 2017년 대선 때도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후보가 탈락하자 중도층 민심이 대거 이동하며 그의 지지율이 급등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지지율은 얼마 안 가 "MB 아바타" 등의 발언이 나오며 급락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그때 같은 당 조직도 없다. 안철수 후보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보여주지 않는 한 그는 불안정한 반사이익을 누리는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의 현재 상황은, 매우 이질적이면서도 일본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이 맺었던 '국공합작'과 다르지 않다. 전통 지지층인 60대 이상과 이준석의 공정·능력주의 담론을 따르는 청년들은 이재명 후보에게 맞서기 위해 일시적으로 연대하고 있을 뿐, 본질적으로 공존하기 어려운 집단이다. 두 집단의 나이·철학·경험 모든 게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두 집단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욕심을 내기 시작할 때 국민의힘의 위기는 다시 찾아올 것이다. '핵심 관계자'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가 바로 그 위기의 전조가 아닐까 싶다.

※ '2030 세상보기'는 매주 토요일 연재되지만, 최근 야권 지지율 변화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이동수 필자의 특별기고를 싣습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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