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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손을 떼야 대학이 산다

입력
2022.01.24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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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교육부 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세종시 교육부 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위 '소확행' 대선 공약만이 난무할 뿐, 정작 더 중요한 국가 미래 비전에 대한 본격적 토의는 크게 위축되어 유감이다. 국가 미래를 위한 연구와 인재 양성을 담당하는 대학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입학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수시전형 비율을 낮추고, 입시부정을 엄단하고, 수능시험 난이도를 낮추고, 코딩을 입시 과목으로 하자는 등 대학입시에 민감한 국민 정서를 좇아 규제 일변도의 소소한 나뭇잎 공약만을 이야기할 뿐, 나무 전체를 보지 않는다.

지금 세계 명문대학들은 글로벌 분쟁, 빈부격차, 환경, 자원, 보건, IT를 통한 미래 산업 창출 등 인류가 당면한 중요한 문제해결을 위한 통섭 연구와 교육경쟁에 진력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혁신 연구기관인 MIT 미디어랩 창설자 제리 위스너는 젊은 연구자들이 테크놀로지를 통해 인류를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고, 공정하고, 생산적으로 만들기 위한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 미디어랩의 설립 목적이라고 했다. 그렇다. 대학의 도전 정신은 자유를 먹고 산다. 숨쉬기 힘든 규제의 틀 속에서는 열정도 창의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 교부금을 미끼로 대학의 입시제도, 등록금 책정, 학사제도까지 규제하는 교육부의 그늘에서 대학은 그 무엇도 새로이 시작할 수 없고, 성취할 수도 없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R&D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창의적 대안을 내놓기 힘들다. 특히 경상예산에 정부출연금 보조를 전혀 받지 않는 사립대학에도 획일적 규제의 덫을 씌우는 현실은 자유와 상상력의 원천봉쇄 수준이다. 대학을 교육부 산하기관으로 보는 국가에 미래는 없다.

그래서 2017년 출범한 국가교육회의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난 4년간 별다른 실적 없이, 공은 최근 입법 예고된 국가교육위원회에 넘어갔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이 대통령과 정당의 추천으로 이루어져 현실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위원회의 권한 명시도 분명치 않아 희망을 걸기 힘들다.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100년 전 쓴 '대학의 이념(1923)'의 대학의 자유에 대한 논증은 지금 다시 읽어 봐도 매우 시사적이다. 대학은 국가의 보호로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대학을 국가의 산하기관 혹은 규제 대상으로 본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국가는 대학에 관용을 베풀고 지원해야 한다. 대학은 독립 법인체로 운영되는 독자적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국가의 권력 행사는 철저히 절제되어야 한다. 동시에 대학과 그 구성원은 자율적으로 대학의 본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실천의 의지와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일방적 규제는 합리화될 수 없다. 국가와 사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의 책무성은 자율적 의사결정과 추진으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힘을 받는다. 그래서 교육부가 대학에서 규제의 손을 떼야 하고, 대학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스스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국립과 사립,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형과 특화된 소형 대학들이 각자의 위상에서 자율성을 갖고 자신이 갈 길을 설계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 보조와 R&D 투자는 산업자원통상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산업 유관 정부 부처가 직접 하면 된다. 교육부가 손을 떼면 더욱 미래 지향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R&D가 가능하다.

대학구성원들도 대학에 주어진 소중한 자유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에 겸허히 물어야 한다. 그리고 가열찬 새 출발을 위해 신발 끈을 단단히 묶어야 한다. 후보들도, 그리고 대학인들도 대학이 자유를 잃으면 국가의 미래가 없다는 야스퍼스의 논지를 다시 음미해 보기를 권한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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