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선거, 누가 돼도 걱정
극단적 진영대결로는 보복만 악순환
연합ㆍ공동정부 말만 말고 실천해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에서 찍을 후보가 없다고들 한다. 형수 욕설에다 부인 갑질 의혹까지 불거진 이재명이나 ‘본부장(본인ㆍ부인ㆍ장모) 리스크’와 부인 무속 논란이 겹친 윤석열 모두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정서적 거부감 때문이다. 이런 고민은 비단 중도ㆍ부동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재명의 도덕성을 문제 삼고, 보수 진영에서도 윤석열의 자질을 의심하는 지경이다.
유권자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식의 정치라면 누가 돼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걱정 때문에 표심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표심을 정한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대선 이후가 더 문제라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과연 이재명이 집권하면 문재인 민주당 정부와 달라진 모습을 보일까. 차별화 주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정부의 내로남불 DNA를 근절하지 못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여전하다. 부인 김혜경씨의 갑질 논란 역시 경기도 공무원의 과잉 충성 탓으로 돌리면서 국민의 눈높이를 외면했다. 여전히 상대방을 무시하고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다르지 않은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의 어두운 그림자마저 어른거린다.
윤석열이 집권하더라도 상황은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 180석 절대권력을 차지한 여당 앞에서 국정마비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도리어 크다. 초보 정치인이 보수의 우회전 신호등만 지킨다면 여소야대 정국은 격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여성가족부 폐지로 2030세대를 갈라 치고 사드 재배치로 진영 갈등을 부추기는 선거운동에서 이미 불안한 기미가 감지되고 있다. 집권 이후 ‘윤핵관’의 자중지란이 재연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양대 정당과 두 후보는 진영 갈등에 기반한 선거운동에 몰두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적폐 수사를 공공연히 거론하면서 갈등을 부채질하고, 이재명 후보 또한 “대선에서 지면 없는 죄로 감옥에 갈 것 같다”며 진영 결집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식의 극단적 진영대결로는 선거에 승리한다 하더라도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국민적 동의부터 확보하기 어렵다.
헌정사에서 이념과 진영대결의 고리를 끊을 기회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15대 대선에서 공동 여당을 목표로 DJP연합에 성공하면서 처음으로 연립 정권이 들어섰다. 집권 3년 만에 와해되기는 했지만 내각 운영에서 연합정치의 선례를 남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선거와 상관없이 과감한 대연정을 시도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비록 대선국면이긴 했지만 경제민주화 공약을 대폭 수용하면서 정책 기반으로 진영 갈등을 넘으려 했다. 대결의 정치 역사에서 합치와 협치의 DNA가 고갈됐던 건 아닌 셈이다.
또다시 시대정신은 통합이다. 유례가 없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맞아 분열과 갈등으로는 대전환기를 순항할 수 없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노무현ㆍ이명박 정부에서 헌법재판소를 이끈 이강국 전 소장은 사생결단식 진영대결을 우려하며 “차기 정부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화해를 도모하고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승자독식의 대결정치를 경계하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선 누가 집권해도 통합정치가 아니고선 안정적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다. 진영 갈등에 기댄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는 선거 승리조차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캐스팅 보트를 쥔 2030세대가 탈이념 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 후보도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통합정치의 비전을 외면해선 안 된다. 공동정부나 연합정치를 선거전략 차원에서 말로만 거론할 게 아니라 책임총리제를 비롯한 구체적 실천 방안까지 내놓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