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정치의 첫 번째 목적은 국가 공동체의 발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시대마다 주어진 국가의 과제는 달랐다. 1970년대는 '산업화'의 시대였고, 1980년대는 '민주화'의 시대였다. 21세기에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이룩한 사회진보의 가치를 모두 존중하면서, 여기에서 파생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즉, 산업화 이후의 산업화,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가 과제다. 환경과 에너지 위기, 기계에 의한 인간의 소외, 계층 간 빈부격차 문제의 극복, 그리고 국민 모두를 포용하는 복지국가 실현이 중요한 과제다. 사회집단 간 첨예한 이해관계와 다양한 목소리를 균형적으로, 또한 정의롭게 조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정치의 또 다른 목적은 개인 자유의 확장이다. 국가와 사회 공동체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절대 존중되어야 하는 가치다. 인류 역사는 자유의 확장의 역사이며, 정치는 결국 공동체 내부의 개인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공동체의 진보와 개인의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노력은 리더의 사회적 신뢰의 회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21세기형 사회문제는 그 복잡도가 너무 높아 하나의 처방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의사에 대한 신뢰가 질병 치료의 중요한 조건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 국가와 사회의 리더는 '신뢰의 시대'를 열고, 이를 자산으로 한 신뢰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국정의 가장 중요한 플레이어인 대통령이 무슨 생각으로 무슨 일을 하는가가 국가와 사회의 미래 성패는 물론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좌우함은 자명하다. 공동체의 발전과 개인의 행복이라는 정치 목적과 수행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늘 엇갈리기 마련이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장 자크 루소, 존 로크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치철학가들의 고뇌이기도 했다. 자유주의 공화정에 대한 열망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전체주의로 귀결되는 모순이 역사 속에는 수없이 많았다. 독일의 나치 정권도, 북한의 일당 독재 체제도 그 연원이 인간 존중의 정치철학에 있었음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래서 정치 제도와 행위가 아니고, 정치의 '신뢰'가 문제다. 지금 우리에게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5년 동안 절대적 신뢰를 받고, 임기 후에도 지속적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결코 말을 바꾸지 않고, 한 번 간다고 한 방향만을 바라보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동시에 국민을 기만하지 않고 투명하고 정직하게, 그리고 우직하고 담대하게 달려가는 리더가 필요하다. 국정 지식과 정책 수행의 유능함이 대통령의 중요한 요건인 것은 맞다. 그러나 지식과 유능함이 신뢰를 앞서가면 국정은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근대 프랑스 혁명기를 지켜본 정치철학자 조제프 드 메스트르는 리더의 수준이 곧 국민의 수준이라고 했다. 한편 국민의 수준이 곧 리더의 수준이기도 하다. 메스트르의 반자유주의적 입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현재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있다고 생각한다. 득표율 계산, 상대 후보 흠집내기, 공약 따라하기, 말 바꾸기 선거 캠페인에 머무르고 있는 정치 리더의 수준을 국민이 높여야 한다.
누가 더 신뢰할 만하고, 역사 속에서 누가 더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잣대로 후보들을 다시 한번 바라봤으면 한다. 확증편향으로부터 자유롭게, 누가 더 신뢰할 만하고 존경받을 만한 리더인가의 관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보기 바란다. 신뢰받고 존경받는 리더를 선출하고 만드는 것이 자유 시민의 권리이고 의무다. 이로 인해 21세기 '신뢰의 시대'에 공동체와 개인의 삶이 더욱 진보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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