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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전략 요충지' 마리우폴 봉쇄… '임시 휴전' 두고 진실 공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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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전략 요충지' 마리우폴 봉쇄… '임시 휴전' 두고 진실 공방도

입력
2022.03.05 15:44
수정
2022.03.0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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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다음 타깃 '최대 물동항' 오데사 관측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에서 구급대원이 한 소녀를 구급차에 눕히고 있다. 마리우폴=AP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에서 구급대원이 한 소녀를 구급차에 눕히고 있다. 마리우폴=AP 연합뉴스

개전(開戰) 열흘째인 5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동남부 ‘전략 요충지’ 마리우폴을 봉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부터 남부 크림반도까지 연결하려는 러시아의 ‘육지 회랑’ 구축 계획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날 러시아가 돌연 해당 지역에서 ‘인도주의 통로’ 마련을 위한 임시 휴전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민간인 희생은 막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커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여전히 러시아가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무고한 목숨을 살리기 위한 합의였지만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진실공방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5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새벽 마리우폴을 봉쇄했다. 지난 1일 격전이 시작한 지 닷새만이다. 그간 러시아군은 시신 수습도 어려울 만큼 무차별적으로 포탄과 로켓을 쏟아 부었다. 우크라이나 아조프해 인근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동남부 ‘전략 요충지’로 꼽힌다. 러시아군이 이 곳을 손에 넣을 경우 도네츠크ㆍ루한스크 등 동부 지역과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까지 우크라이나 동남부 전선이 하나로 이어진다. 러시아군은 이미 지난 3일에는 크림반도 바로 위에 위치한 항구도시 헤르손을 점령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구상했던 ‘육상 교두보’ 확보가 점차 가시화하는 셈이다.

시민들은 추위와 배고픔, 공포로 떨어야 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지난 5일간 전기와 식수, 난방 공급이 끊겼다”며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는 인도주의 통로가 설치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몇 시간이 지난 뒤, 러시아 국방부는 민간인 대피를 위해 마리우폴과 동부 도시 볼노바하에서 일시 휴전한다고 발표했다. 현지 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의 짧은 휴전이 예고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보좌관인 미카일로 포돌랴크 역시 이날 트위터를 통해 "현재 마리우폴과 볼노바카에는 인도주의적 대피 통로가 열릴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러시아와 휴전에 들어갔다"라고 확인했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난 3일 벨라루스 국경에서 열린 2차 휴전협상 당시 민간인 대피와 의약품ㆍ식량 전달을 위한 ‘안전 통로’를 만들기로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마리우폴과 볼노바하에서의 조치는 이번 합의 이행의 첫 사례로 주목 받았다.

그러나 예고된 시간이 지났지만, 시민들의 대피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대피 지연을 둘러싸고 상대편에게 책임을 돌리며 진실 공방을 벌이기까지 했다. 마리우폴 시당국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군이 휴전 협정을 지키지 않고 방위를 이유로 도시와 주변 지역에 폭격을 계속 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러 반군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측은 “우크라이나군의 도발로 마리우폴의 인도주의 통로가 안전하지 않은 상태이며, 우크라이나군이 마리우폴 내 주거지역 건물을 폭파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건물을 폭발시키면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200여 명이 잔해에 깔렸다고도 언급했다.

우여곡절 끝에 민간인 대피가 이뤄질 경우 거센 공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AFP통신은 “러시아의 공격이 성공할 경우 아조프해 통제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군의 다음 타깃은 남부 도시 오데사로 관측된다. 흑해를 바라보는 오데사는 전쟁 발발 전까지 우크라이나 해상 물동량의 3분의 2가 지난 남부 요충지다. 이미 러시아군은 이 곳으로 가는 관문인 미콜라이우로 진격을 시작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이 임박하면서 우크라이나 해군은 인근 지역에서 수리 중이었던 주력 호위함 ‘헤트만 사하이다치니’를 자침시켰다. 러시아군에 전리품으로 빼앗길 것을 우려해서다.

민간인 희생자 수는 겉잡을 수 없이 늘고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개전일인 지난달 24일 오전 4시부터 이날 0시까지 331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어린이가 19명이다. 대부분은 포탄과 다연장, 로켓 공습으로 숨졌는데,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재난당국은 이미 지난 2일까지 2,0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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