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균 휘발윳값 L당 2100원 육박
경유도 2,000원 돌파…"100원 차이도 안 나"
16일 서울 영등포구 알뜰주유소(도림주유소)엔 오전부터 쉴 새 없이 차량이 몰려들었다. 전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L당 2,000원을 넘어서고 서울 평균가격은 L당 2,1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보니, 아직까지 1,900원대(1,987원) 가격에 휘발유를 파는 이곳으로 운전대를 돌린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주유소 관계자는 “고유가 탓에 평소에도 손님이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 “대부분의 주유소가 L당 2,000원을 넘긴 최근엔 우리 주유소를 찾는 이가 더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국제유가 여파가 국내까지 스며들면서, 운전자들이 거주지역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주유소에 몰리고 있다. 당분간 기름값의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 일부 운전자들은 별도 준비한 차량 내 기름통까지 채워가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도림주유소 휘발유 판매가는 서울 평균 휘발윳값(2,091원)보다 L당 100원 이상 저렴하고, 전국 평균(2,005원)보다도 낮다. 한 운전자는 “주말을 앞두곤 저가 주유소들이 봄 나들이 차량들로 몰릴 것”이라며 “다른 주유소에서 넣었을 때보다 같은 가격에 몇 킬로미터(㎞)는 더 달릴 수 있단 생각에 이곳으로 왔다”고 말했다.
‘L당 2,000원 시대’는 비단 휘발유 차량 운전자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최근까지 급격하게 오른 경유의 서울 평균 판매가격도 전날 L당 2,000원을 넘긴 가운데 이날은 2,019원까지 치솟았다. 업계에선 경유 차량이 많은 유럽에서의 경유 소비량이 크게 늘면서, 세계 시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시장에서 경유가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면서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넘길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이날 주유소에서 만난 화물차량 운전자 김모(48)씨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가 100원 안쪽으로 좁혀지면서, 동종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선 전기 화물차 인기가 치솟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선 새해 들어 꾸준히 상승했던 국내 기름값이 이달 말부터는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넘겼던 국제유가가 산유국들의 증산 기대감과 우크라이나 사태 완화 기대감 등이 맞물려 이날 100달러 아래까지 떨어지면서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보다 배럴당 6.4%(6.57달러) 떨어진 96.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통상 국내유가가 국제유가 추이를 2~3주 뒤 따라가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국내 유가는 일시적으로나마 이달 말쯤 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하락세 전망에 무게감이 실리기엔 불확실성 또한 큰 게 현실이다. 아직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행 중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에 따른 이동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늘려야 한다는 석유업계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최근 국제유가 추이를 하락세 신호탄으로 보기엔 여전히 시장은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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