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수상자로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출신의 프란시스케레가 선정되었다. 이번 시상은 역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건축가가, 동시에 흑인건축가가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직업훈련을 받기 위해 독일 건축학교를 체험한 그는 베를린공대에서 건축을 전공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건축활동에 온 힘을 다했다. 학교시설이나 공공시설에 주로 관여했는데, 아프리카 현지 재료인 흙건축을 활용해 현지 환경에 적합한 건축을 풀어낸 점이 특징이다. 서구 선진건축이 제공해준 건축적 해석을 '고향의 가치'로 해석해낸 결과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코드에 부합한 건축적 성과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건축의 사회학적 가치가 잘 드러났으며 아프리카라는 지역이 갖고 있는 기후와 환경의 애로점을 잘 해석해냈다는 점에서, 이 상 수상자로 손색이 없다.
우리나라 건축계는 언제쯤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건축이 세계성을 갖기 위해서는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더불어 사회성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조성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공공건축의 대부분은 '현상 설계'라는 제도를 통해 설계안을 선정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현상설계란 정해진 기간 안에 설계안을 제출하고, 그중 가장 좋은 안을 선정하여 건축을 진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부분 국내 공공시설 선정과정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진행된다. 당선을 목적으로 적잖은 시간 영업을 한다. 여기서 영업이란 심사위원들과의 만남이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예비 심사위원은 건축계 전문가로 몇 백 명 수준이며 공개된다. 학연·지연 등으로 보면 서로 연관성이 있고, 평소에 충분히 친한 관계로 유지할 수 있는 정도 범위이다.
국내 설계사무소 중 대형설계사무소의 경우는 직원이 천 명 수준까지 되는 사무소도 제법 있다. 그리고 꾸준히 심사위원들만 만나고 다니는 업무를 하는 전문직까지 있을 정도다. 평소 친분을 쌓고 해당 인사의 여러 가지 일에 도움을 주는 관계 형성이 바로 영업이다.
국내 당선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디자인을 위한 수고 절반과 영업적 수고 절반으로 형성된다. 이러한 생태계는 건축 수준을 국내용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제현상설계가 세계건축가협회(UIA) 기준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국내 설계사무소는 국제 기준의 경쟁에는 참여를 꺼린다. 국내에서 안정적 영업을 통한 수주전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 이유이며, 순수한 건축적 성찰만으로 해외의 건축과 경쟁하기엔 부담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 건축이 사회적 가치를 담보하는 세계 속의 건축으로 자라나려면 현재의 현상설계 제도를 다각화하고 지속적으로 연구해, 어떻게 하면 좀 더 국제적 경쟁력에 부합되는 건축디자인을 수용하고 국민들이 건축적 환희를 누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프리츠커상은 하나의 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국가적 수준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경제 10위권의 나라라고 자화자찬하면서도 건축적 내실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와 책임이 건축계에만 있을까. 제도적 편리만 추구하는 매뉴얼화된 행정은 그저 그런 비슷한 건축공간만을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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