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도 한국인은 먹는 데 열중한다. 욕망과 유행으로 먹고, 때로는 과시의 수단도 된다. SNS는 음식으로 넘쳐난다. 아마도 한국인의 휴대폰 데이터 절반쯤은 음식 사진이 차지할 것이다.
떴다가 사라지는 음식 세계에서 '오마카세'는 확실히 대세다. 헤비급이니 미들급이니 하는 조어도 나온다. 굳이 설명을 달자면 비싼 집, 덜 비싼 집이다. 라이트급도 있고 플라이급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오마카세는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다. 손님이 주문을 따로 하지 않고 주인에게 일임한다는 것이다. 초밥처럼 가짓수가 많고 재료의 상태나 제철이 복잡한 경우에 자주 쓰인다. 하지만 초밥 말고 다른 분야에도 오마카세가 흔하다. 닭꼬치나 튀김 같은 경우다. 중국요리도 오마카세가 있고, 타파스 같은 서양 요리도 오마카세라는 이름으로 일본에서 팔린다. 오마카세는 한국에서 고급 음식의 상징인데, 이 용어의 탄생지인 일본에서는 저렴한 음식도 얼마든지 오마카세가 있다. 굳이 오마카세란 말을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냥 소박한 그날 재료로 만든 초밥 10여 개를 담아 1만5,000원, 2만 원에 판다. 당연히 주인이 구성을 결정하는 것이니 오마카세지만, 고급으로만 알고 있는 한국인들은 당황할 것이다.
한국에도 오마카세에 해당하는 음식문화가 있다. '주인 맘대로'라거나, 메뉴를 고를 줄 몰라서 시키는 '아무거나'도 다 오마카세다. 백반집이 전형적으로 오마카세다. 그날그날 올라가는 반찬을 손님이 결정하고 주문하는 경우 봤나?
서양도 전통적으로 많은 레스토랑들이 오마카세식이었다. '메뉴'라는 용어는 원래 '주인(셰프)이 그날 준비한 음식들'을 말로 설명하는 것을 의미했다. 한국인은 오마카세라는 말을 비틀고 자르고 변용시킨다. 흥미롭다. 한우 고깃집에는 '고기 한판'이라는 오마카세가 있었다. 그때그때 변하는 수요, 재료의 조달, 손님의 만족도, 주인의 이익을 고려하는 종합적인 판매책이다. 그것이 한우 오마카세라는 이름이 되었다. 다만 서비스하는 방식이 더 정교해지고, 고기질이 고급화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오마카세로 불리는 많은 식당들이 스스로 그렇게 선전하는 경우보다, 인스타그램이나 방송에 의해 명명되고 넷을 타고 전파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오마카세'란 말을 쓰는 것이 온당하냐 하는 논의는 미루도록 하자.
한국은 세계 음식의 시험장이고 용광로 같다. 뉴욕, 런던, 도쿄만큼은 아니지만 웬만한 나라 음식은 다 먹을 수 있다. 외래 음식은 역사적으로 문화접변으로 이뤄진다. 육회를 먹는 아시아 유목민족이 유럽을 침략하면서 타르타르라는 서양식 육회가 생겼다는 건 정설이다. 이것이 나중에 햄버거로 진화되었다는 설도 있다. 다음으로는 이주민에 의한 음식 전파다. 한국의 중국요리가 대표적이다. 임오군란 이후 청나라 이주민과 노동자가 대거 조선반도로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중국요리가 이식됐다. 물론 당, 명나라를 거치면서 전해진 음식도 아주 많지만, 이주민에 의한 본격적인 요리는 1900년대 들어서다. 우리가 먹는 짜장면, 탕수육의 탄생이다.
일본요리도 우리 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일제강점기에 토착화 과정을 거쳤다. 우동과 초밥, 단무지와 어묵뿐이랴. 일식을 일본에서는 와쇼쿠(和食)라고 한다. 해방 후 한국은 뭔가 일본 민족주의의 느낌이 강한 이 용어 대신 일식(日食), 그것도 부담스러워 일식(日式)이라고 오랫동안 써왔다. 그런 한국에 이젠 오마카세 바람이 자연스레 분다. 세상은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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