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라디오 송신탑 2개 붕괴…보안 강화
트란스니스트리아 정부 "우크라 테러" 주장
우크라·몰도바 "러시아·분리주의자 자작극"
러시아군, 우크라 동부 일부 지역 점령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몰도바의 친(親)러시아 분쟁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가 이틀 연속 공격당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 반군 정부는 공격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한 반면,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정부는 지역 안보를 위태롭게 만들려는 러시아 측 소행이라고 반박했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이날 트란스니스트리아 그리고리오폴에 있는 러시아어 라디오 송신탑 2개가 폭파됐다고 보도했다. 현지 당국은 15일간 테러 위험을 '적색'으로 상향하고 국경과 도로 검문을 강화했다. 전날엔 자칭 수도인 티라스폴에 있는 정부 건물이 로켓추진유탄 공격을 받았다. 두 피격 모두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바딤 크라스노셀스키 트란스니스트리아 반군 지도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공격을 “우크라이나의 테러”로 규정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크라스노셀스키는 "긴급 조사 결과 공격 출처가 우크라이나로 파악됐다"며 "이 공격을 시도한 이들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분쟁에 끌어들이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몰도바에서 독립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국가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친러 세력이 장악하고 있으며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러시아군 1,5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남부를 장악하면 트란스니스트리아로 가는 길을 확보할 수 있다"며 몰도바까지 침략할 야욕을 드러내 제2의 돈바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역이다.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정부는 공격이 러시아 측 소행이라고 반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목표는 몰도바를 위협하고 지역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몰도바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면 행동을 취하겠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몰도바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 받아들이고 지난달 유럽연합(EU) 가입을 신청하는 등 친서방 노선을 구축하고 있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도 국가안보회의를 열고 “테러는 분리주의자들의 탓”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모든 자세한 상황을 알지는 못하지만 긴장을 고조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몰도바 정부가 침착히 대응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확전 의혹을 부정하며 “관련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군의 공격도 이어지면서 27일 동부 일부 지역을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방송은 러시아군이 최근 며칠간 전투가 계속됐던 북동부 이지움 근처 자보디와 벨리카 코미슈바카,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자리크네와 노보토시키브시키를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가 공군 접근이 제한된 북부와 서부 지역은 미사일로 공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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