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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나들이

입력
2022.05.20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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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식당에서 김성한 안보실장, 김용헌 경호처장 등과 오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식당에서 김성한 안보실장, 김용헌 경호처장 등과 오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분방한 나들이가 연일 화제다. 지난 주말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백화점에서 구두를 사고 전통시장에 들러 간식거리를 구입한 데 이어 최근에는 사저 부근에서 애견을 데리고 야간 산책을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출퇴근길 기자들과 간단한 문답을 이어가는 소통 행보와 함께 소탈한 이미지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쇼통’이라는 차가운 시선도 상당하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대놓고 ‘친근한 대통령 프로젝트’라고 직격했다.

□ 임기 초반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은 과거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와이셔츠 바람으로 참모들과 함께 커피잔을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장면을 연출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통시장을 자주 찾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칼국수 오찬으로 서민 친화형 리더십을 지향했다.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최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문 전 대통령을 포함한 국가 지도자들의 이런 행보를 일종의 보여주기식 홍보전략이라며 ‘코스프레’와 ‘쇼’라는 표현으로 일갈했다.

□ 대통령의 일상이 화제에 오를 때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소환된다. 메르켈은 총리 재직 시절에도 일주일에 한 번꼴로 연방정부 청사 인근 슈퍼마켓을 들러 손수 장을 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대선 당시 “메르켈 행보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국민과 함께 출근하고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소주 한잔 나눌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끝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집무실과 관저가 청와대 한 공간에 위치한 구조에서는 애초 불가능한 약속이었다.

□ 윤 대통령은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뒤 출퇴근을 포함한 대통령 일상을 실시간으로 노출하고 있다. 주말 나들이와 심야 산책, 집무실 인근 오찬 등은 의도가 다분한 행보다. 친서민 행보에 수반되는 출퇴근길 교통체증과 번거로운 경호 등 사회적 비용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서민에게 피해 가지 않는 친서민 행보라면 대통령의 외출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당 의원들을 총동원한 5ㆍ18기념식 행사 참석 같은 감동을 주는 나들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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