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방선거를 치렀다. 지방선거는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의 자치단체장과 지역의회 의원들, 그리고 교육감까지 뽑는 중요한 선거이다. 원칙을 말하자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발전을 위해 주민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시키려 노력하고, 주기적인 선거를 통해 주민의 평가를 받게 된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정치참여를 통해 유지되는 민주주의 발전의 필수 요소로 지방선거 결과는 중앙정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원칙과 달리 지방선거 때마다 지역을 위해 일해 온 일꾼들보다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활약한 인물들이 '위'로부터 임명되어 중앙정치의 대리전을 펼치는, 냉소적으로 표현하자면 '중앙'자치를 보는 듯하여 씁쓸하다. 지역의 발전을 이끈 훌륭한 일꾼들이 지역주민의 기대와 응원 속에 성장하여 중앙으로 진출하는 이상적인 지방자치를 보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제도만으로 정책의 목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지방자치와 지방선거로부터도 확인할 수 있다.
이상과 현실의 큰 차이는 교육감 선거에서 더 두드러진다. 교육자치를 위한 상징으로 교육감 직접선거는 긴 과정을 통해 정착된 소중한 제도이다. 1990년대 이전까지 관선으로 임명된 교육감은 교육위원들과 학부모 대표들이 체육관에서 뽑는 간접선거제도를 거쳐, 2007년 이후로는 직접선거를 통해 국민에 의해 선택되고 있다. 교육자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흔히 정치적 중립과 전문성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지금 교육감 선거의 현실은 이런 근거를 무색하게 한다. 무엇보다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진보니, 보수니 하는 단어가 너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현실의 교육감 선거는 더 이상 정치적일 수 없을 정도로, 교육자치에서 정치적 중립은 철저히 훼손되고 있다. 과연 우리 아이들 교육에 이런 단어가 동원되어야 하는 건가?
더 이상의 표리부동을 막기 위해서는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실 몇 가지 방법이 제안된 바 있다. 예컨대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쌍을 이뤄 함께 선거에 나서는 안이다. 이 조치는 현실을 잘 반영하고 전문성과 정치 중립의 모양만 취하고 있는 현재 모습에 비해 정직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교육의 정치 중립이 훼손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지금보다 더 정치 중립이 훼손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진실로 교육에서 정치중립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여긴다면 더 근본적 변화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교육감 선거의 단위를 특별-광역시가 아닌 시군 단위, 혹은 현재의 교육지원청 단위로 낮추는 방안이다. 이 방안이 심각하게 검토된 바는 없지만, 교육감 선거에서 정치와 이념 과잉을 줄일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지역과 관계없는 정치인이나 지역의 교육 현장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 교수들이 나서기보다는 주민과 학생, 학부모를 알고 주민과 학생, 학부모가 아는 지역의 교육일꾼들이 나서는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투표율을 높이고 선거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지만 교육감 선거를 다른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 선거를 분리하는 것도 교육감 선거에서 정치색을 줄이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방법이 없지는 않다. 정치권에 바란다. 이념 성향이 비슷한 교육감이 선발되느냐를 따지기에 앞서 교육감 선거에서 이념 과잉을 덜어낼 방법을 고민해 주기를. 물론 표리부동에 눈감고 현상 유지를 할 수도 있다. 대신 이념 과잉으로 우리 교육이 멍들어 가는 것은 감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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