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적인 피아노콩쿠르인 미국의 반 클라이번에서 우리나라 피아니스트가 네 명이나 준결승까지 올라가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더니, 뒤이어 열여덟 살밖에 안 된 임윤찬이 1위를 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놀라운 것은 피아노를 배운 지 1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만큼 그의 연주에서 절정에 이른 대가의 풍모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가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주한, 가히 초월적 수준의 고난도 곡인 리스트의 에뛰드 전곡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은 전율과 감동을 넘어 다른 차원의 신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과연 스승이 붙여 주었다는 '시간 여행자'라는 별명이 문자 그대로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임윤찬처럼 세계적 수준은 아닐지라도 우리 모두에게는 나름의 재능이 있고, 재능은 우리의 본성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렇기에 심리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재능이 곧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창(窓)이라고 하였다.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꾸준히 연마하는 것은 자기를 알아가고 완성해가는 삶의 여정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재능은 긍정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자기실현적 행복'에 중요한 실마리인 셈이다. 그러니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자기 자신을 알고 참 행복에 이르고 싶다면, 자신의 재능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어린 시절 어디에 주로 흥미가 있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 즐겨 하던 활동은 무엇이었는지, 주변 사람들이 감탄했던 기억은 언제였는지 되짚어 보라.
발견했다면 그와 연결된 것으로서, 일상에서 몸소 행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 기꺼이 시간을 들여 몸소 해보라. 노래나 악기 연주, 춤, 그림, 독서를 막론하고 무엇이든 반복하여 연습하는 것은 수행기술을 향상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내면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복 수행하는 동안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감성과 이성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 과정이 심리학과 철학에서 이야기하는 '몰입', '자아통합과 완성', 그리고 '자기실현'에 이르는 길이 된다. 어려움에 직면하여, 더 나은 수행을 위해 애쓰는 과정이 자기 수양과 인격도야, 나아가 자기완성의 길이 되는 것이다.
특히 음악이 지니는 유기적인 구조와 형태는 자기 자신은 물론,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얻고자 하는 우주적 질서와 조화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스포츠 못지않게 음악 역시 몸을 사용하는 꾸준한 연습 과정에서 우리의 감각, 정서, 사고, 영혼이 조화롭게 질서를 찾아가는 경험으로 이끈다. 온 마음을 다해 전념할수록 음악에 내재한 질서와 조화가 우리의 내면세계, 즉 정신에서도 일어나게 된다. 이 같은 체험은 예술과 스포츠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며, 수행하는 본인은 물론 그의 수행을 누리는 다른 이들도 행복하게 한다.
다만, 재능을 하나의 기술로만 여기고 기술연마에만 치우쳐 자기 자신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소홀하게 되면, 마음이 병들 위험이 있다. 그래서 괴팍한 예술가, 비뚤어진 성격의 이기적인 과학자, 돌출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운동선수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부디 우리나라의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자기 내면의 깊은 본성과 일치를 이루는 행복한 사람으로서, 타인과 건강한 관계 맺음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사람으로 오래오래 활동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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