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탐험가 로알 아문센이 1911년 남극 극지에 도달하기까지 200여 년간 미지의 대륙은 탐험가들에겐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시련의 장이었다. 지독한 추위와 바람 등 극한 환경에서 육체와 정신이 극단으로 치달으며 생사의 문턱을 오가야 했다.
최근 국내에 출간된 '미쳐버린 배'는 1890년대 남극 탐사 도중 빙하에 갇히는 사고를 당했다가 생환한 벨기에 원정대의 실화를 재조명한 책이다. 이 배의 일등 항해사가 훗날 극지 탐험에 성공한 아문센이었다. 작가 줄리언 생크턴은 1897년 8월 16일 벨기에를 떠나서 1899년 11월 5일 고국으로 돌아온 증기선 벨지카호의 탐험기를 31세의 사령관 아드리앵 드 제를라슈와 의사로 승선한 프레더릭 쿡, 아문센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저자는 항해 일지와 선원들의 일기, 미공개 기록 등을 토대로 5년간 벨지카호의 여정을 좇았고 현지 조사를 위해 남극에 직접 가보기도 했다고 한다.
원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폭풍우를 만나 선원 1명이 바다에 빠진 사고를 당하는가하면 배가 빙하에 갇혀 오지도 가지도 못 하는 상황에도 몰렸다. 가혹한 기후와 빙하의 포위 속에서 선원 중 일부는 목숨을 잃었고 정신적인 고통도 컸다. 사령관은 일기에 "우리는 항해사가 아닌, 형을 선고받은 수감자들"이라고 적었다. 대다수 선원들은 비타민 C 부족으로 괴혈병에 걸렸고 일부는 정신 이상 증세도 보였다. 벨지카호의 선원들은 극지 도착에는 성공하지 못 했지만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고난을 이겨냈고 마침내 배를 가뒀던 빙하를 탈출한다. 이들이 가져온 식물과 동물, 지질학 자료와 방대한 표본 중 일부는 현재에도 왕립 벨기에 자연과학연구소에 보관돼 있다.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는 인류에게 용기를 전하는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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