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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타카 대화를 하고 싶은 이유

입력
2022.07.12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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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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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하는 TV 인터뷰 프로그램을 가끔 본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질문을 나눠 던지며 초대 손님과의 대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은 참 매끄럽다. 초대 손님의 답변이 때로는 예상을 벗어나기에 임기응변과 순발력이 필요한데, 그 대목에서 유재석의 진가가 발휘된다. 본능에 가까운 그의 애드립(눈빛, 몸동작, 말)은 초대 손님으로 하여금 신나게 말하게 하고, 이를 보는 시청자들의 몰입도와 재미 또한 덩달아 커진다.

요즘 MZ세대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히는 단어가 '티키타카'인데, 유재석 같은 TV토크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대화를 티키타카 대화라고 한다. 이 말은 탁구공이 테이블 이쪽 저쪽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스페인 축구대표 선수들이 짧은 패스를 쉴 새 없이 주고받으며 상대 팀을 공격하는 전술 용어로 유명했다.

MZ세대는 연애 상대도 '티키타카'가 잘 되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한다.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을 일일이 맞춰 가는 시간과 노력이 아까우니 처음부터 말이 잘 통하는 상대를 만나겠다는 실리주의적 선택이 아닐까 싶다.

MZ세대와는 한참 거리가 멀지만 나도 요즘 그러려고 애쓴다. 예전 같으면 단체 모임이나 개인적인 만남 제안이 오면 거절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젠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자리가 편안할지 불편할지 미리 따져보고 약속을 잡는다. 내가 전에 없이 까탈스럽게 구는 이유는 무겁고 논쟁적이며 비생산적인 '꼰대 대화'가 싫어졌기 때문이다.

업무 미팅, 의무감이 앞서는 공적·사적 역할,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직업상의 만남은 피할 수 없다고 해도, 일과 상관없는 사적 만남만큼은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하고 싶어질 때가 부쩍 많아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골라 만나는 것이다. 상대가 둘이든 셋이든 모임의 성격, 대화 주제가 공통의 관심사라면 스트레스를 받으며 언쟁할 필요도 없고, 생산적이고 재미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려면 내가 원치 않는 만남을 눈치 보지 않고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치관 인생관이 비슷하거나, 관심사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을 '의도적으로' 선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논쟁적인 주제는 가급적 피하기로 합의할 필요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두 번째 선택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50대 이상에게는 좀 어려운 일인데, 주 관심사나 정치적 입장, 가치관이 달라도 '다름'을 인정해주기로 마음만 먹는다면 목소리 높여 언쟁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 상대도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라면 두 사람의 대화에서 훨씬 수준 높은 티키타카가 가능하다. 자기 생각을 명확히 말하기, 비판하기보다는 장점 인정해주기, 가르치려 들지 않기 같은 원칙을 지킨다면 말이다.

안타깝게도 내 주변엔 다름을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성공 경험과 지식, 연륜을 앞세운 비(非)MZ세대가 훨씬 많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듯 윽박지르거나, 남의 얘기는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얘기만 일방적으로 늘어 놓는 사람, 주절주절 한도 끝도 없이 자기 얘기를 늘어 놓기를 선호하는 이들이다.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을 공유하고 있으니, 그들과 완전히 단절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마음에 안식과 평화를 주고 싶을 때만큼은 티키타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를 골라 만나고 싶다.


홍헌표 캔서앤서(CancerAnswer)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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