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 변호사가 주인공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감히 말하건대 올해 나온 드라마 중 (적어도 내 기준에서) 최고 문제작이다. 다각적인 논의를 만들어 내고 있어서다.
정신의학과 의사들은 주인공 우영우의 자폐 양상에 대해 분석한다. 배우가 자폐 양상을 매우 잘 표현했지만, 고기능성 자폐의 경우 이런 양상이 드라마처럼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다. 법조인들은 극 중 로펌의 모습이 현실적이고 매회 사건 배경과 법적 논리도 탄탄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반면 교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교생이 우영우의 뺨을 때리는 장면은 아무리 10여 년 전의 배경이라도 현실성이 떨어지고 교육현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드라마 전체적으로 인물 심리가 매우 섬세하게 묘사되는데 학창시절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너무 납작하게 그려진 게 두드러졌다.)
그렇다면 장애 당사자나 그 가족의 의견은 어떨까. 내 주위 장애인 당사자나 부모들을 보면 여러 복잡한 심경이 느껴진다. 자폐인이 드라마 주인공이란 건 반갑지만 100만 분의 1 확률에 불과하다고 하는 초고기능 자폐인의 모습과 자기 자녀의 모습이 너무 달라서 드라마임을 알면서도 위화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절대 다수다. '비장애인들이 자폐를 저렇게만 이해하면 안 되는데'란 우려는 물론이다.
장애인 당사자들도 양가적 감정을 표현한다. 극 중 자폐인 행동 특성 묘사는 분명 자폐 이해도를 높이지만 박은빈의 연기가 '귀엽다'고 평가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장애인을 나이보다 어리게 보는 관점이 강화될까봐 우려한다. '귀여우면 다 용서된다'는 시대착오적 농담이 장애 인식 측면에서는 훨씬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영우'의 힘은 이런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대한다는 데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극은 장애 자체에서 주변 인물, 사회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무엇보다 우리 옆에 있을 법한 비장애인 캐릭터들에게 공감이 간다. 우영우에게 부정적인 편견을 가졌다가 나중에 그를 과소평가했음에 사과하는 상사 캐릭터(정명훈 변호사)라던지, 학교에서 1등을 독차지했던 우영우를 질투하면서도 은근히 챙기는 친구 캐릭터(최수연 변호사) 등은 '무조건 장애인을 배려하라'는 도덕적 메시지 없이도 울림을 준다. 이런 인물들이 쌓이면 사회 인식이 변화할 테니까.
이런 변화가 스크린 밖으로 나올 수는 없을까. '우영우'에서 그린 '장애인과 공존하는 세상'의 실사판이 지난 16, 17일 서울의 한 전시장에서 열렸다. 100여 개의 각종 발달장애 관련 서비스 업체, 복지관 등이 모인 '오티즘 엑스포'는 발달장애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자폐인들이 상동행동이나 반향어를 하더라도 눈총받지 않을 권리를 단 이틀간이라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전시회 한 부스에서는 발달장애가 있는 조태성 작가의 고래 그림이 '우영우' 인기에 힘입어 눈길을 끌었다. 그림 속 고래는 사람, 동물, 식물을 다 업고 항해를 떠난다. 고래를 좋아하는 우영우가 극 중 세상의 온갖 다양성을 포용하는 중심에 서 있듯, 현실에 분명 있지만 여러 이유로 집 밖으로 못 나오는 장애인들은 바로 이 고래와 같은 존재 아닐까. 비장애인을 다양성과 포용의 세계로 이끄는 길잡이와 같은 존재 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