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저녁, 손님에게 음식을 건네고 카드를 받아 결제하려던 라이더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배달대행 프로그램인 바로고가 디도스 공격을 받아 앱 접속이 안 되면서 카드결제도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바로고는 음식가게와 라이더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무려 12만 개의 음식점과 3만6,000여 명의 라이더가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자영업자들은 배민, 요기요를 통해 주문을 받을 수 있었지만, 라이더를 호출하는 바로고 프로그램이 작동되지 않아 배달을 할 수 없었다. 사장이 직접 배달하거나 직고용 라이더를 보유한 가게를 제외하고는 영업을 접었다. 라이더도 앱 접속이 되지 않아 길거리에서 손가락만 동동거렸다. 점심, 저녁 시간을 빼고는 최저임금도 나오지 않는 가을 비수기라 쉽사리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바로고를 사용하는 배달대행사 사장도 곤혹스러웠다. 상점과 라이더가 불만을 품고 다른 대행사로 옮길 수 있었다.
자영업자, 라이더, 배달대행사의 생존의지는 플랫폼 서버보다 강했다. 가게사장이 접수된 주문을 배달대행사에 알리면, 배달대행사 사장이 라이더가 모여 있는 단톡방에 가게이름을 올렸다. 라이더는 올라온 주문을 보고 배달을 가겠다고 답하고, 음식점으로 이동해 픽업 후 손님에게 배달했다. 급한 주문은 전화로 바로 라이더에게 연락해 처리했다. 문자, 전화로 배달대행을 하던 원시적 배달 대행산업이 재현됐다. 당연히 매끄럽게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라이더는 공장폐쇄로 실업상태에 빠졌다.
플랫폼 이용자들은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 46조엔 휴업수당이 적혀 있다. 사용자 귀책으로 노동자가 일하지 못하면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한다. 판례에 따르면 원료 부품 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처럼 사용자 과실이 아닐 때도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앱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필수적인 원료 부품이므로, 앱 오류로 일하지 못한 노동자에게도 휴업수당을 기준으로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은 억울해할 수도 있다. 플랫폼은 자신들이 중개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플랫폼은 앱 기술을 이용해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기 때문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동네에 다리 하나가 부서지면 동네 사람들이 오고가는 길만 막히지만, 카카오처럼 국민과 기업, 국가가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독점적 다리가 끊기면 그 피해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진다. 이 피해를 감당하다가 기업이 무너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도 규제가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해 기업을 옥죈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규제들 역시 기업 책임의 한계를 설정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건설현장과 주요 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이 있듯이, 플랫폼이 서버와 데이터 관리 기준을 준수하게 해 사고를 예방하고 이런 능력이 없으면 플랫폼사업을 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비해 책임보험을 들게 하고, 보상기준도 마련해 피해보상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줄 필요도 있다. 자동차 운전자에게 보험가입을 강제하고, 자동차 안전점검 규제를 만드는 건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지 혁신을 가로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플랫폼 자율규제를 얘기했지만, 플랫폼은 자동차와 비교할 수 없는 위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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