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필자가 강의하는 국제정치경제론 수강생들과 함께 성수동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단체 몇 곳을 탐방하였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적절한 이윤을 추구하여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회변화를 만들어 가는 사회적 기업들을 대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으로 약 7년 전부터 매년 수업에서 해 왔던 체험학습 프로그램이었다. 처음 기획할 때 동기는 거대담론이나 이론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어떤 아이디어와 모델들이 시도되고 있는지 직접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사회적 가치와 이윤의 공존이 어떤 방식을 통해서 구현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통해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전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선택지를 열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대학 졸업 이후 대개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 공기업 메이저 언론사 국제기구 등에 근무하고 싶어하는 재학생들을 위해 학과에서 오래전부터 해당 직종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졸업생들을 불러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며 멘토 역할을 수행하게 해 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이것이 소수 재학생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일이고, 보다 다양한 진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다른 기회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한동안 진행하지 못하였다가 올해 다시 계획을 짜면서 불안했다. 코로나 시기를 이들이 어떻게 버텼을지, 혹시나 없어진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성수동의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단체들은 잘 버티고 있었고, 경험을 축적하면서 더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전 방문에서는 비공식 대담 형식이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우리가 방문한 곳 모두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구체 자료나 성과를 포함하여 체계적이고 공감할 수 있게 설명해 주었다.
이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월급을 많이 받지 못하고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하며 할 일은 넘쳐나는 상황에 놓여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은 학생들의 방문을 귀찮아하거나 형식적으로 대하지 않고 진심으로 환영하며 자신들을 찾아준 것에 고마워하고 마음을 다해 설명해 주었다. 마지못해 의미 있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그러나 차분하게 나름대로 즐기며 일하는 분위기였다.
사업장에 장애인 고용을 확대하거나, 우간다에서 만든 물품들을 판매하며 현지 생산자를 지원하거나, 도시공원 확대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거나, 지방에서 소규모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분들로부터 재료를 구입하여 식당을 운영하거나,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고 싶은 젊은이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일들.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젊은이들을 만나면서 작지만 의미 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는 데서 나오는 겸손한 자부심과 함께 특유의 활기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도 문제가 많을 것이고 이런 방문 하나로 학생들의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매일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크고 작은 실망스러운 일들 속에 묻혀있다가 꿋꿋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시도하는 젊은이들을 만나는 경험은 큰 위로가 되었다.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학생들과 이곳에서 일하는 젊은이들 간의 소통을 옆에서 지켜보는 나에게도 활기와 희망이 전염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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