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연금개혁, 일본 정치인이 한국보다 뛰어났다

입력
2022.12.29 00:00
27면
0 0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20일 일본 도쿄에서 2004년 일본 연금 개혁에 참여했던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20일 일본 도쿄에서 2004년 일본 연금 개혁에 참여했던 겐조 요시카즈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일본의 연금개혁을 소개하며, 서둘러 일본을 쫓아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2004년에 연금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고, 2015년부터는 모든 공적연금을 그야말로 100%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어서다.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일반 국민과 공무원을 통합 운영하는 일본 후생연금이 100년 뒤에도 줄 돈을 가지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2023년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근거하여 가장 빨리 연금개혁을 추진해도 가능한 시점이 2024년이다. 개혁 시점과 개혁의 강도 측면에서 2004년 일본이 달성한 수준의 연금개혁을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적이 일어나 2024년에 일본 수준의 개혁을 달성한다고 할지라도 이미 20년이나 뒤졌다. 그런데도 계속 개혁을 지체한다면 우리 공동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

우리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모두 일본보다는 적게 부담하면서 더 많이 주는 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기초연금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월 10만 원씩 올리는 포퓰리즘의 상징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이기일 복지부 1차관, 박재만 연금정책과장, 방영식 기초연금과장, 김성철 서기관 등 복지부 연금 라인이 일본을 다녀왔다. 이번 주부터는 동행했던 기자단이 보고 들은 내용을 기사화하고 있다. 언론이 사실 보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출장은 타 부처에도 모범이 될 것 같다. 단, 공적연금 통합 운영을 제대로 보지 못한 대목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에 대한 개혁이 불가피해서다.

복지부와 기자단은 이번 출장에서 얻은 중요한 시사점으로 "정치인의 강력한 추진력, 연금 관련 자료와 회의내용 공개, 18.3%까지 매년 단계적인 보험료율 인상"을 들고 있다. 특히 연금 관련 각종 회의를 동영상으로 생중계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와세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일본 사정을 잘 아는 서울 공공보건의료재단 정재철 본부장의 말을 들어 보자. "일본 후생노동성은 유튜브를 이용하여 사회보장심의회 내의 각종 심의회와 검토회 등의 연금 회의를 동영상으로 송출한다. 동영상을 통해 알기 쉽게, 언제든지 시청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지난 8일 한·중·일 연금전문가 화상회의 때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하야시 레이코 부소장이 세종시까지 직접 와서 필자에게 한 말이다. "일본 연금개혁에서 두 정치인의 역할이 컸다. 흔히 알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수상과 함께 하시모토 류타로 전 수상의 역할도 컸다"고 했다. 우리는 1998년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한 김영삼 전 대통령, 이를 입법화한 김대중 전 대통령, 가장 중요한 2007년 개혁을 추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편을 주도한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연금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리더십과 함께 정확한 자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연금 관련 정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용한 통계자료와 데이터는 확보하도록 하고, 없는 자료는 새로 만들어야 한다. 연금 논의가 눈 가리고 코끼리 만지는 형국이 돼서는 안 된다. 연금특위가 적극 지원하겠다." 지난 21일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에, 야당간사인 김성주 의원이 했던 당부와 의지가 중요한 이유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 전 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