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기름값 뛰면서 24년 만에 최고
금리 급속 인상, 물가 잡았지만 경제 하강
대중교통·전기요금 인상 등 복병도 곳곳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5.1%로 집계됐다. 한국 경제를 짓누른 고물가는 기준금리를 높여 경기 위축의 단초를 제공했다. 내년 물가는 다소 내려갈 전망이나 지하철·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올해 물가 상승률은 1998년 7.5% 이후 24년 만에 최고다. 불과 2년 전인 2020년만 해도 0.5%에 그쳤던 물가는 지난해 2.5%에 이어 올해 5.1%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조짐을 보이던 고물가는 올해 초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현실로 닥쳤다. 유가·곡물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전쟁 충격으로 뛰자 기름, 먹거리 등 실생활에 밀접한 거의 모든 상품 가격이 덩달아 상승했다. 실제 460개 소비자물가 품목 가운데 올해 가격이 오른 건 88.7%인 408개에 달했다.
전년 대비 22.2% 오른 석유류가 고물가 주범이었다. 석유류 중에선 등유(56.2%), 경유(31.9%) 가격이 급등했고, 하반기 들어 안정세를 보인 휘발유(13.6%)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전기·도시가스 요금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부채 해소 등을 반영해 오르면서 전기·가스·수도 물가도 12.6% 높아졌다.
외식 물가도 식자재, 운영비,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1992년(10.3%) 이후 가장 높은 7.7% 상승했다. 반면 농축수산물 물가 오름폭은 3.8%로 전년 8.7%보다 내려갔다. 돼지고기(8.1%), 배추 (35.7%) 등이 올랐으나 쌀(-11.3%), 사과(-13.6%) 등은 떨어졌다.
고물가는 고강도 통화 긴축으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연초 1.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달 3.25%까지 끌어올렸다. 고물가를 방어하기 위해 올해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단숨에 0.5%포인트씩 높이는 등 공격적 통화 정책을 펼치면서다.
기준금리 급속 인상은 7월 6.3%까지 뛰었던 물가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고금리 충격이 내년에 예고되고 있다. 통화 긴축이 특히 내년 상반기 실물 경기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률이 외환·금융위기 때 이후 가장 낮은 1.6%에 머물 것이란 게 정부 공식 진단이다. 급한 불을 껐더니 더 큰 불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물가가 다 잡혔다고 낙관하기도 어렵다. 이달 물가 상승률은 2개월 연속 5.0%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각종 공공요금 인상 등 복병도 수두룩하다. 서울 지하철·시내버스 요금은 내년 4월부터 300원 오른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역시 역대 최대폭인 월 4,000원(4인 가구 기준) 오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도 악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불안 등이 나타나며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크게 확대됐고 우리나라도 유례없는 고물가를 겪었다"며 "물가는 최근 둔화하고 있으나 내년 초 제품 가격 조정, 설 성수품 수요 집중 등 물가 불안 요소가 여전히 잠재돼 있어 총력 대응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