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았다. 1년이 채 안 되는 동안 대통령과 여당과 법을 다루는 분들이 보인 모습을 보며 걱정되는 마음이 생겨 그걸 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국정운영의 일차적 책임은 대통령과 여당에 있기에 범여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정치적 편향으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우선 대통령의 그릇이 더 넉넉하게 커졌으면 한다. 민주주의 시대가 아닌 왕정의 시대를 보더라도 성군의 자질은 과거의 적이나 자기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조선의 성군 세종은 홀로 정국을 이끌어 가지 않았다. 세종의 위대함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신하를 기용하고 그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국정을 운영한 데 있다. 명정승으로 알려진 황희에 대해서도 실록에서는 세종이 제정한 많은 제도에 대해 "홀로 반박하는 의논을 올렸으니, 비록 다 따르지 않았으나, 중지시켜 막은 바가 많았으므로 옛날 대신의 기풍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중국 역사상 가장 번영했던 시대 가운데 하나를 이끈 당 태종도 과거의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위징을 참모로 기용했을 뿐 아니라 그의 쓴소리를 잘 수용하면서 국정을 운영했다. 물론 지금이 왕정 시대는 아니지만, 왕정 시대 사례까지 찾아보게 되는 이유는 형식적인 민주주의제도가 갖추어진 21세기라도 왕정 시대보다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성군 밑에 역사에 이름을 남긴 훌륭한 인재들이 넘쳤던 이유는 그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그런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 지도자의 도량과 품격이다.
대통령의 언론관도 근본적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온 국민의 관심과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억울한 비판을 들을 수도 있는 자리다. 지난 대선이 과거 어떤 선거보다도 표 차이가 적었던 점이나 한때 20%대로 떨어졌던 국정 지지율에 비추어 보더라도 대통령을 미더워하지 않는 국민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적절하고 합리적인 해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고소 고발로 처리하려는 모습은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나라를 대표하는 분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도량과는 거리가 멀다.
여당에는 신뢰를 줄 수 있는 품격을 갖춘 정당이 될 것을 주문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비정상적인 세력들, 예컨대 거짓과 과장을 바탕으로 혐오를 전파하는 자들과 그들의 반지성적인 추종자들하고는 뚜렷이 선 긋기를 바란다. 한 나라의 정국을 책임지는 여당이 그런 세력에 기대고 그런 세력과 연대하려고 한다면 그 정당의 미래도 이 나라의 미래도,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
법치의 개념도 흔들리고 있다. 법을 집행하고 법을 해석하는 사람들이 "적에게는 최대한 엄격하게, 내 식구한테는 법을 비틀어서라도 최대한 관대하게", 그러니까 제 맘대로 법을 적용하는 시스템은 법치라고 할 수 없다. 법치가 법조인의 다스림(治)은 아니다. 법조인의 치는 아무리 좋게 표현해도 변칙 법치라고 할 수밖에 없으며, 변칙 법치로는 국민 사이에서 깊어 가는 갈등을 극복할 수 없다. 정의와 상식을 지키는 법치가 되기를 바란다. 이는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도, 정파와 정쟁의 문제도 아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걱정은 대통령이나 측근들에게서 반성이나 성찰의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기에 더 증폭되고, 어지러운 국제정세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새해를 맞는 국민을 더 두렵게 한다. 권력을 가진 분들이 지난해의 경험에서 반성과 성찰의 재료를 되도록 많이 찾아내셨으면 한다. 반성과 성찰이 없으면 퇴행이 찾아오며 정치와 경제의 위기 속에서는 퇴행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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